서울 강남권 등 투기지역에서 6억원 초과의 아파트를 분양을 받거나 기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자금 계획을 잘 짜야 한다.

기존 주택 담보대출과는 별도로 총부채상환비율(DTI·Debt-to-income)제도가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조치를 피하려는 편법 대출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나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대출을 받으려면 기간을 최대한 장기로 하고 마이너스 대출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투기지역내 고가주택만 타깃]]

총부채상환비율은 주택담보 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 부채 이자상환액을 더한 금액을 총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투기지역내 6억원 초과의 고가주택은 DTI가 40%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돈을 빌리려면 기존의 담보대출 인정비율(LTV)과 총부채 상환비율을 모두 충족을 해야 한다.

예컨대 은행과 보험사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때 투기지역에선 담보가치의 40%(만기 10년 이하)또는 60%(만기 10년 초과)가 적용된다. 따라서 지난달 4일이전에는 감정가 8억원 짜리를 11년간 빌릴 때 60%를 적용받아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총부채상환 비율을 함께 적용할 때는 한도가 많이 줄어든다. 소득이 6000만원인 경우 대출기간 11년은 1억5500만원, 20년은 2억2500만원 정도다.

DTI는 채무자의 현금흐름을 개념화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소득이라도 만기를 늘리면 대출금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점을 악용, 장기로 대출을 받아 중간에 상환하는 편법대출이 성행하자 급히 대책을 마련, 시행중이다.

투기지역에서 고가 주택은 대출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제한하고 기간에 관계없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를 경우 대출후 1년이내에 상환할 경우 대출금의 1.5%, 1년∼2년이하는 1%, 2년 초과∼만기까지는 0.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외환은행 기준). 종전에는 대출후 2년이 경과(일부 은행 3년)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아파트를 구입한 지 3개월 이내에만 적용된다. 구입한 지 3개월이 지나면 소득이 아닌 아파트값에 따라 대출을 해준다. 제도 시행이전에 대출을 받았을 때에도 대출한도는 DTI가 아닌 LTV가 적용된다.

또 투기지역이라도 아파트(주상복합포함)만 해당되며 단독주택·다세대주택 등은 제외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만 종전 집주인의 대출을 승계할 경우에는 DTI대상에 포함된다.

비투기지역에선 6억원 초과의 아파트라도 종전의 LTV(60%)만 적용받는다. 서울 지역에선 강북·광진·노원·서대문·성북·중랑·동대문·관악구 등이 투기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수도권에선 고양시 덕양구·남양주·하남·인천시 등이 비투기지역이다.

[[조금이라도 대출금 늘리려면]]

총부채상환비율의 대출기간과 총소득을 최대한 늘리고 담보대출 원리금과 이미 받은 대출 이자상환액은 줄여야 한다.

총소득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의 자료로 증빙해야 한다. 담보대출을 받지 않는 배우자의 소득도 합산할 수 있으므로 맞벌이 부부는 홀벌이보다는 다소 유리하다.

소득이 잘 나타나지 않는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신고를 현실화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쓰지 않고 개설만 해놓은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없애는 게 조금이라도 대출을 늘리는 방법이다. DTI를 계산할 때 마이너스 대출 통장 등을 쓰고 있으면 대출가능금액에서 그만큼 차감되기 때문이다.

8월 분양예정인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값은 채권 손실액까지 포함할 경우 6억원이 넘어 DTI대상이 된다. 기존의 1주택자가 판교에 당첨된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 LTV만 적용받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서춘수 강북PB센터 지점장은 “강남권에서 감정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10년초과▷원리금 분할 상환▷대출기간에 관계없이 중도상환수수료 납입 조건으로 빌리면 LTV가 60% 적용돼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자라는 자금은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시중은행은 고객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를 최대 5000만∼2억원까지 설정하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3000만원을 넘기기 쉽지 않다.금리는 연 7∼9%로 담보대출 금리보다 비싼 게 흠이다.

이번 대출 규제는 새마을 금고나 보험,저축은행 등 제 2 금융권도 모두 적용된다. 다만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업체 등 여신전문 금융업체들은 DTI를 적용받지 않으므로 이용해 볼 만하다.

캐피털 업체는 금융감독원에 설립 신고를 할 필요가 없고 금융감독 대상기관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여신 전문금융업체들의 대출이 전체의 0.2%에 불과하지만 대출신청이 몰릴 경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변동금리 유리]]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콜금리를 한두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신한은행 잠실지점 이병제 차장은“금리 상승기에는 고정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인 경우 고정금리로 서둘러 갈아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정금리로 바꾸기 위해 내야 하는 상환수수료를 감안하면 실익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지금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르지 않는 한 변동금리 대출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동 대출금리는 연 5.0∼6.0% 선으로 고정금리보다 1∼2%포인트 낮다. 외환은행 관계자는“최근 대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진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는 추세”라며“급여이체,카드발급,공과급납부 등을 하면 금리를 더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자금 대출 활용도 고려할 만]]

주택투기지역에서 대출 금액을 늘리려면 정책대출을 이용해볼하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이나 생애최초대출을 이용하면 해당 주택이 투기지역에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집값(기존 주택은 거래가격, 분양 주택은 분양가 기준)의 최고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시중 금리가 웬만큼 올라도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올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생애최초대출은 세대주를 포함,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구입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가격 3억원 이하의 주택을 처음으로 구입하는 무주택 세대주는 최고 1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다만 부부합산 가구 소득이 3000만원이하이여야 한다. 현재 금리는 연 5.7%다. 법원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을 경우에도 이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소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승계하는 방법으로 집을 살 경우 원칙적으로 이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다. 대출금은 1년 거치 후 19년 동안 또는 3년 거치 후 17년 동안 상환하면 된다.

대출 자격(1가구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만 된다면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볼만하다.

대출 한도는 3억원. 이 상품은 10년 만기 상품이 연 6.6%, 15년 6.7%, 20년 6.8%, 30년은 6.85%의 고정 금리가 적용된다.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는 줄일 수 있지만 변동금리보다 너무 높은 게 흠이다.

15년 이상 빌릴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6억원 이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8월 분양되는 판교신도시 40평형대는 이용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