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전세시장은 긴 침체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셋집을 보러 오는 발길이 거의 끊겼다. 가격도 하락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한달 새 0.53% 빠졌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0.06% 내렸다.
 
송파구 잠실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 입주가 시작되는 등 대체지 물량이 풍부한 게 전세시장 안정세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 하반기 잠실에서만 파크리오(옛 잠실시영아파트, 6864가구), 리센츠(옛 잠실주공2단지, 5000가구), 엘스(옛 잠실주공1단지, 5678가구) 등 2만여 가구의 재건축 단지가 입주한다. 입주 전세 물건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변의 기존 아파트 전셋값도 맥을 못추고 있다.
 
잠실동 트리지움(옛 잠실주공3단지) 109㎡는 일주일 새 1000만원 내려 3억~3억1000만원 선이다. 가락동 금호 125㎡는 2억~2억3000만원 선으로 이달 초보다 500만~1000만원 내렸다. 잠실주공 5단지 109㎡는 전셋값이 1억6000만원대로 한 달 새 4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잠실동 송파공인 김미자 사장은  “집주인이 싱크대 교체와 도배 등 수리비용까지 대주면서 세입자를 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오는 12월에는 2년 전 입주한 레이크팰리스(옛 잠실주공4단지)의 전세 재계약이 도래하면서 또다시 전셋값 하락세가 예상된다.
 
잠실지역 인기 아파트인 아시아선수촌 전셋값도 지난 연말 대비 5000만~7000만원 가량 하락했지만 전세 물건이 쌓여 있다. 오륜동 E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내놓은 지 반년이 넘도록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도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이후 반포 자이와 반포 래미안 등 약 6000가구가 입주하는 서초구 반포 일대도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삼일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전세보증금이 강북지역 등에 비해 아직까지는 비싸다 보니 신혼부부 등의 전세 수요가 많지 않은 점도 전세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암사동에서는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가 내달 말 입주를 시작한다. 이 여파로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고덕동 삼익그린 92㎡는 1억5000만원 선으로 2년 전보다 2000만원 이상 내렸다. 고덕주공9단지 102㎡는 올 초보다 2000만원 정도 빠진 1억7000만~1억7500만원 선에 물건이 나와 있다.

경기도 과천시도 원문동 주공3단지(슈르래미안) 입주 여파로 아파트 전세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9㎡는 이달 초보다 500만원 가량 내린 9000만~1억원 선이다. 별양동 주공7단지 89㎡는 1억8000만~2억1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전보다 많게는 1000만원 가량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