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한강 프로젝트◆

지난 10월 9일, 반포대교를 지나던 서울시민들은 탄성을 질렀다. 이날, 반포대교에서 잠수교 위로 폭포 같은 물이 떨어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한강다리는 물론,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꽉 메웠던 한강변이 크게 변할 것 같다. 당장은 몰라도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한강에서 기대해볼 법하다.

경기불황의 시대, 희망이라는 단어가 그립다. 이런 때 오 시장은 “한강은 꿈이고 미래”라고 단언했다. 한강이 제대로 모습을 갖춘다면 서울의 브랜드,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한강 르네상스는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이지만 눈에 띄는 첫걸음을 디뎠다는 데 의미가 크다. 과연 한강이 대한민국의 꿈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2008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희망이 담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했다.

[한강 어떻게 변하나]
■ 물길 따라 문화·상업시설 들어선다

총 길이 497㎞.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이 꿈틀거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개발 의지가 아주 강하다. 그는 ‘회복과 창조’라는 두 가지 콘셉트 아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회복은 생태공간으로서의 한강의 존재가치를 찾자는 취지를 담았다. 여기에 동서남북의 소통, 역사와 전통성의 계승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창조는 한강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 도시공간을 재편하고 고품격 시민문화를 이룩하겠다는 뜻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본연의 가치를 되찾고 새로운 한강의 모습을 창조해 서울을 쾌적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그는 “한강이 가진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새롭게 찾아내 서울의 도시 브랜드를 창조해나가는 작업이 바로 한강 프로젝트의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왜 지금 한강 프로젝트인가
홍수 통제로 문화적 개발 가능

한강 개발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두 차례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있었다. 첫 번째는 68년부터 79년까지였다. 당시 서울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커 홍수 피해 대책 마련 차원에서 개발이 이뤄졌다. 또 인구가 늘어나면서 택지와 도로 시설이 필요해졌다. 때문에 제방 축조와 택지 공급을 목적으로 한강이 개발됐다. 문화적이라기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논리로 개발된 셈이다.

두 번째는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서다. 82년부터 86년까지 진행된 2차 한강종합개발 때 비로소 환경과 경관을 따지기 시작했다.

올림픽대로 등 도시고속도로망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을 조성했고 한강 수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 번째 대규모 개발사업인 이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문화라는 키워드가 강조된다. 오세훈 시장은 “홍수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에 문화적인 관점에서 한강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10년 안팎으로 진행됐던 과거 개발과는 달리 30년을 바라보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강 어떻게 바뀌나
단기계획(2008~2010년)
생태공원 조성, 접근성 개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한강을 보다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돌려놓아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바뀐다. 생태공원 수를 늘리고 교통을 개선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는 한강에 친환경공원 12곳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반포, 뚝섬, 여의도, 난지 등 한강 4대공원 특화사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지난 10월 낙화분수를 보여준 반포대교는 내년 4월 광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야외무대를 갖춘 ‘브리지 파크(Bridge Park)’로 탈바꿈되고 반포대교 밑의 잠수교는 ‘보행자 다리’로 바뀐다. 나머지 공원도 내년 말까지 완공된다.

여의도, 뚝섬, 난지공원도 내년 10월이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의도 생태공원은 요트 마리나(정박시설), 광역여객선착장이 설치될 예정이다. 난지공원에는 생태테마공원이 들어선다. 새로 조성되는 4개 공원의 면적은 240만4000㎡로 축구장 336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생태공원도 따로 생긴다. 암사와 강서 습지 생태공원은 올해 말부터 이용이 가능하고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은 내년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김찬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공원 특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친환경 거점인 강서권(난지공원), 업무·문화 거점인 중심권(여의도·반포 공원), 스포츠 거점인 강동권(뚝섬공원) 등으로 달라진 한강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공원 특화사업에 대해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나머지 중장기 사업들도 성공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연형 호안으로 꾸밀 계획
올 3월부터 콘크리트 호안(護岸:둑의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물)을 뜯어내고 친환경 호안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생태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꼽힌다.

현재 86%가 콘크리트인 호안을 2020년에는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한강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개선된다. 교량 위에 카페가 생기는 잠실, 한남, 동작, 한강, 양화 대교 위에는 버스정류장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2009년 12월까지).


또한 내년 10월까지 당산역과 옥수역, 성내역은 한강공원과 바로 연결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강 접근 도로 38곳은 ‘걷고 싶은 거리’로 지정돼 차도를 축소하고 보도·자전거 도로를 정비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한강 수상콜택시 사업도 운영체계를 개선했다. 초기 한강의 새로운 관광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용객 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하루 평균 118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지난 11월 1일부터 출·퇴근 월정액 회원제를 도입하고 커플 이용 할인, 출퇴근 운항노선 등 대대적인 개선에 나선 결과 이용객이 전보다 44%가량 증가했다.


이상의 사업들은 2010년까지 추진될 단기 사업들이다. 총 5개 분야에 658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최종 완공시점은 2030년이다. 2010년부터는 중장기 사업으로 들어간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8대 실현 과제를 제시했다.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구조 개편 △수변도시(워터프런트타운) 조성 △한강변 경관 개선 △서해주운(西海舟運:여객선을 띄워 서해바다를 오가는 프로젝트) 기반 조성 △한강 중심의 친환경 네트워크 구축 △한강으로의 접근성 개선 △한강변 역사유적 연계 강화 △테마가 있는 한강공원 조성 등이다.

중장기 계획(2010~2030년)
수변도시 조성·서해주운 개통
‘활력이 넘치는 수변도시’
한강 프로젝트의 최종 종착지라고 할 수 있다. 한강 수변에 문화, 상업, 업무 등 복합단지를 조성해 문화·관광·레저의 거점 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용산(용산구), 마곡(강서구)을 비롯해 잠실(송파구), 행당(성동구), 흑석(동작구), 당인리(마포구) 상암·난지, 여의도 등 8곳이 물길을 따라 배가 다니는 수변도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중 용산과 마곡 지역이 서울을 대표하는 수변도시로 개발된다.


용산 수변도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과 연계해 진행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구 철도청 부지와 서부이촌동 지역을 통합한 약 56만6000㎡ 면적에 들어선다.

이곳에 한강의 랜드마크타워(620m)와 복합시설이 유치되고 국철과 공항철도 등 광역 교통망과 연계된 국제여객터미널이 설치된다. 모노레일 정거장도 만들어 여의도에서 쉽게 오고갈 수 있게 된다.

마곡 수변도시는 수상 레저 거점으로 개발된다. 요트 선착장, 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 생태공원 등 다양한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배후에는 연구개발 단지도 유치한다. 국제 현상 공모도 끝냈고 현재 기본 설계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잠실지구는 잠실운동장 재조성 사업과 강변북로 지하화를 통해 수변 스포츠타운으로 개발된다. 다른 대상지들도 지역 특성과 배후지를 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뱃길 따라 상하이로

수변도시는 한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시는 닫혀 있는 서해 뱃길을 복원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서해주운 개통이 바로 그것이다. 서해 뱃길을 따라 4000~5000톤급 국제 여객선을 띄워 서울과 중국을 오고가게 만든다. 용산이나 마곡 수변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배들이 들어와야 한다. 경인운하가 뚫리면 거리와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경인운하는 총 14.2km의 굴포천 방수로를 물길로 하는데, 여기에 3.8km의 수로가 연결되면 한강과 서해가 바로 연결된다.

하지만 현재 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사업이 일시 중지됐다. 서울시는 서해 항로 개방에 대비해 한강본류(신곡~잠실 수중보)의 수심을 6m 이상 되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 측은 “서해 뱃길을 조성해 1200만명 관광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강 프로젝트와 동시에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오 시장은 서울의 자연 랜드마크로 한강과 남산을 꼽았다. 서울시는 한국의 전통 이미지를 남산에 접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보고서가 작성 중이다.


이 보고서에는 남산 주변을 4개 지역으로 나눠 남산을 도심 속 자연친화형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팔각정·봉수대 등 4곳의 추가 복원, 남산 3호터널∼케이블카 매표소 구간의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 실개천 조성 등의 계획이 나왔다.

구체적인 방안은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내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경제적 효과는
용산·마곡에만 35조원 넘게 투자
한강개발은 환경·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탁월하다. 사업비부터 크다. 서울시에서 5개 분야 33개 사업에 사용될 예산만 6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면서 유발할 고용, 경제적 효과도 꽤 클 전망이다.

한강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먼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28조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경제유발 효과는 10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서부 개발의 핵심이 될 마곡지구에도 2013년까지 5조1600억원의 자금이 쏟아진다. 서울시는 경제 유발 효과를 25조원대로 본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 두 사업만으로도 125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있는 셈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03년 한강 개발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바 있다. 연구원은 당시 연간 7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환경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은 환산액이 이보다도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개발사업으로 고용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정확히 따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만 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변에 랜드마크가 될 건물과 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지면 건설인력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겨나고 경기가 살아나는 부양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며 “서울 전반에 걸쳐 경제를 활기차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강변 공원 조성 등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점 역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경제효과로 봤다.

한강 프로젝트는 서울의 브랜드 가치도 높일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이 꿈꾸는 목표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따지듯 도시도 브랜드가 중요하다. 도시 브랜드는 직접적인 관광 효과를 유발할 뿐 아니라, 소비도 창출한다.

오세훈 시장은 아름다운 한강을 서울, 나아가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로 접목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서울을 외국 관광객들이 꼭 한번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각인시키면서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광수입 증대 효과를 누리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예로 들며 “서울 브랜드가 고급스럽게 안착될 수 있다면 동대문의 우리나라 제품이 더 괜찮은 가격에 팔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한강변 재개발 투자연구소 ...http://cafe.daum.net/apt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