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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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24평짜리 낡은집에 집주인이 웬 140명?

인천 용현·학익지구 이상한 지분 쪼개기

인천 남구 용현동 374-XX번지. 건물면적이 82㎡(24평)에 불과한 작은 단층 주택이지만 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는 이 집의 집주인은 무려 139명에 달한다. 이 집은 올 2월부터 소유권 일부 이전(여러 개의 지분으로 쪼개 넘기는 것) 방식으로 분할 등기가 계속 되고 있어 ‘집주인수’는 지금도 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다수가 공동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용현동 308-XX번지 등 인근에 여러 곳이 있다. ‘집주인’들의 현주소도 서울ㆍ경기ㆍ충남ㆍ충북ㆍ제주ㆍ강원 등 다양하다. 인천의 낡은 주택가에 전국에서 ‘집주인’이 되겠다며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지분 쪼개기로 이 일대 토지소유자 수는 250명선에서 500명선으로 크게 늘었다. 한 평도 안되는 지분값 1000만원…입주권 노린 쪼개기? 용현동 374-XX번지 일대(용현ㆍ학익2-1블록) 42만㎡(12만7000평)는 도시개발법에 의해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인 곳이다. 사업 예정부지의 84%인 35만㎡(10만7000평)는 ㈜SK의 유류저장시설이 있던 곳으로 현 소유주는 SK건설이다. SK건설은 도시개발방식을 통해 이곳에 아파트 2500~3000가구를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도시개발에는 지분 쪼개기 제한이 없어 입주권을 노리고 지분 쪼개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재개발 등에선 지분 쪼개기를 해도 입주권이 하나지만 도시개발의 경우 규제가 없어 지분을 가진 사람 모두가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용현동 주민 김모(55세)씨는 “일부 중개업소에서 한 평도 안 되는 땅을 나중에 입주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1000만원씩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평 땅을 갖고 있는 원주민과 1000만원에 일부 지분을 산 외지인이 같은 조건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동의율을 높여 도시개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분 쪼개기란 편법이 쓰이지 않느냐는 관측도 있다. 도시개발법에 따라 아파트 조성 사업을 하려면 토지 소유자의 2분의1과 토지 면적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면적 요건에선 SK건설이 전체 부지의 84% 가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주민 동의율 높이기 위한 편법 지분 쪼개기? 주민 동의가 문제다. 원주민들이 쉽게 잘 동의해주지 않자 누군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사업추진 측에 우호적인 주민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사업예정지 내 일부 토지 소유주 및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SK건설이 토지 소유자 동의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일부 세력과 결탁해 집을 쪼개 팔아‘물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분 쪼개기로 새 토지소유자가 된 사람들이 SK건설 측에 우호적으로 움직인다면 원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 든 일부 세력 때문에 원주민들이 이번 개발사업에서 전혀 의사표시를 못하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SK건설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일부 주민들이 SK건설에 우호적인 토지소유자 수를 늘려주겠다고 연락해왔다”며 “SK건설 측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고 반대할 자격도 없기 때문에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지분쪼개기를 통해 집주인이 된 사람도 SK건설에 유리하게 의사표시만 하면 그 반대급부로 입주권을 주기로 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원주민 뿐 아니라 쪼개진 지분을 구입한 사람들이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어질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지는 미지수. 도시개발법에 의해 아파트를 지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해당 사업부지 내 토지를 전부 사들여 아파트를 일반 분양 하거나 입체환지 방식(사업이 끝난 뒤 조성된 건축물의 일부와 해당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지분을 토지수용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방식, 즉 아파트 배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것은 조합 정관에 정해지게 된다. 입체환지 방식이 적용될 경우 조합원들에게 입주권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상만 받을 수도 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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