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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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ㆍ증여 세테크

빨리 시작하고 나눠서 물려줘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임 모(55) 씨는 최근 서울 일원동의 12억원 짜리 아파트를 아들(22)에게 증여하려다가 포기했다. 2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증여세가 문제였다. 아직 대학에 다니는 임 씨의 아들이 세금을 내려면 아파트를 팔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둘 다 마땅치 않았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탓에 증여세 납부기한인 6개월 이내에 집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었다. 임 씨도 물려줄 집을 팔면서까지 증여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이후가 문제였다. 아들에겐 상환 능력이 없고, 임 씨가 대신 갚아주면 또다른 증여로 간주돼 세금을 더 내야 했다. 요즘 임 씨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몇년 간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상속 부담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탈세를 막기 위해 세법이 강화되면서 빠져나갈 구멍도 많이 줄었다. 신한은행 PB고객그룹 김강년 세무사는 “법이 허술하고 자녀가 많았던 예전엔 상속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인구구성의 변화도 한 요인이다. 50∼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재산이 크게 불어난 반면 자녀수는 한둘로 급감했다. 김 세무사는 “상속은 일부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이상이라면 모두 고민해야 할 중요한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빠를 수록 좋다 회사원 김 모(45) 씨는 30대 초반에 결혼하면서 상속 플랜을 일찌감치 마련했다. 부모에게 물려 받은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6억원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부인과 자녀 이름으로 불리는 게 나중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선 재산의 절반인 3억원을 부인에게 증여해 서울 강남의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1996년과 98년에 태어난 딸과 아들에겐 각각 1억1500만원씩을 증여하고 이들 명의로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를 사뒀다.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덕에 이 집 값은 현재 각각 19억원과 1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김 씨가 낸 증여세는 모두 1800만원. 부인에게 증여한 돈은 배우자 공제 한도 이내여서 세금 한푼 내지 않았고 자녀들에게 증여할 때만 각각 900만원의 세금을 냈다. 만약 김 씨가 이같은 세테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상태에서 김 씨가 가족에게 같은 금액을 물려주려면 8억원이 훨씬 넘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상속ㆍ증여세는 금액이 많을 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권오조 세무팀장은 “실물자산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뒤늦게 상속해주기보다는 빨리 증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나눠서 하라 현 세법은 배우자에게 3억원, 자녀에겐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 증여하는 데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증여재산공제라고 불리는 여기엔 단서가 하나 붙어있다. 증여 금액을 계산하는 기준이 10년으로 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10년 간격을 두고 나눠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데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1500만원, 열한살 때 1500만원, 스물한살 때 3000만원을 증여하면 모두 세금을 내지 않는다. 먼저 준 돈이 이자나 수익으로 불어나는 것은 물론 나중에 본인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증여 금액이 커 세금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 방법은 효과적이다. 누진제를 피해 세율을 낮출 수 있다. 한 번에 20억원을 물려줄 경우 4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10년 간격을 떼고 10억원씩 물려주면 세율이 30%로 낮아진다. 증여를 받는 사람도 많은 수록 좋다. 증여세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3억원 짜리 부동산을 증여할 때 아들 하나에게 증여하면 3960만원의 증여세를 물지만 두 아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세금 합계가 2520만원이 돼 144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타이밍을 맞춰라 일반적으로 상속ㆍ증여 땐 현금보다 부동산이 유리하다. 현금은 과세표준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비해 부동산은 시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로 과세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가 고시되는 시점을 잘 살펴야 한다. 이 가격들이 해마다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등의 건물은 매년 1월 초에, 주택은 4월 말에, 토지는 5월 말에 이들 가격이 고시된다. 증여를 결심했다면 이들 시점에 앞서서 하는 게 낫다. 이 때 조심할 것은 부동산 상속 뒤 6개월, 증여 뒤 3개월 안에는 매매나 감정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세청이 매매가나 감정가를 시가로 판단해 과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는 시세보다 20∼30% 낮게 매겨진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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