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내 집을 마련할 계획으로 재개발 투자를 생각하고 있던 김모(46·서울 마포구 염리동)씨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수익성이 가장 나을 것으로 예상된 도시재정비촉진지구에 용적률 혜택이 없어져 당초 생각대로 투자해야할지 헷갈린다.

김씨는 “재정비촉진지구에선 거래제한을 받아 팔기도 어려운데 용적률 인센티브마저 없으면 촉진지구의 매력이 어디에 있느냐”며 “재정비촉진지구가 아닌 다른 재개발에 투자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정비촉진지구의 사업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개발 투자전략을 다시 짜야할 것 같다. 서울시가 재정비촉진지구의 용적률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해 사업성이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면적을 결정하는 용적률은 사업성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전문가들은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사업 속도 위주로 투자계획을 세우라고 말한다.

물거품 된 재정비촉진지구 용적률 인센티브

정부는 낡은 도심을 15만평 이상 단위의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어 대규모로 재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을 만들었다.

특별법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을 지금보다 50%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게 했다. 서울에서 용산구 한남 등 17곳이 지난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현재 구청들이 개발계획인 재정비촉진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재정비촉진계획 심의기준을 마련해 재정비촉진지구에 별도의 용적률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뉴타운지역 재개발이나 다른 일반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기준용적률을 2종 주거지역 190%, 3종 210%로 적용한다. 특별법이 허용하는 범위는 2종 250%까지, 3종 300%까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을 지금보다 높이면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을 하면 2종지역에선 230%, 3종의 경우 25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서울시의 용적률 규제로 재정비촉진지구의 투자성이 다른 재개발에 비해 두드러질 게 없다고 본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땅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가 늘어야 분양수입이 증가해 사업성이 좋아진다”며 “용적률 변화가 없이 분양수입이 그대로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득도 많아질 게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 미래공인 김현호 사장은 “용적률 혜택이 없으면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거래제한까지 받아 환금성이 떨어지는 재정비촉진지구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지 지분 6평 이상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을 받아 이미 재정비촉진지구의 재개발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용적률 기대에 찬물이 끼얹어져 부동산중개업소들엔 투자문의마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어떻게 투자할까

용적률이 같아지면서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내 재개발구역과 일반 개별구역의 사업성 차별화가 크지 않게 됐다. 다만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지구는 대규모로 계획적으로 개발된다는 점에서, 재정비촉진지구는 층수 규제가 덜하고 호수밀도 등 재개발요건이 다소 완화돼 유리하다는 정도다.

재정비촉진지구 등의 구분에 상관없이 규제는 갈수록 늘어난다. 9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재정비촉진지구를 비롯해 앞으로 개발계획을 세우는 재개발사업장은 임대주택 면적을 늘려야해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든다.

때문에 규제가 적을수록 사업성이 좋아진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용적률 조건은 같기 때문에 투자성을 잴 때 재정비촉진지구 등 지역적인 구분보다 규제를 얼마나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이 가능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구역이 투자성에서 가장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 등으로 분양수입이 줄지 않아 조합원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입주가 빠르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밝은미래공인 정애숙 사장은 “사업이 빨라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구역에 투자문의가 몰리고 있다”며 “사업속도에 따른 구역별 가격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속도가 비슷하다면 투자성은 지역적으로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개별구역 순이다. 재정비촉진지구에서는 거주해야 하고 무주택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집이 있거나 촉진지구에 들어가 살기 어렵다면 뉴타운이나 개별구역을 선택해야한다.

무주택자이고 자금이 많지 않다면 멀리 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정비촉진지구 내 초기 사업장을 권할 만하다. 상한제·임대주택 강화 등 같은 규제를 받지만 기반시설·교육여건 등을 뉴타운이나 개별구역보다 잘 갖추기 때문이다.

재정비촉진지구는 전용면적 25.7평을 넘는 중대형 평형을 배정받을 가능성에서도 낫다. 중대형 평형 비율이 전체 건립가구수의 40%로 다른 재개발 사업장(20%)의 두 배다.

재정비촉진지구 투자는 지구별로 재정비촉진계획이 확정되는 6월 이후 하는 게 안전하다. 촉진계획에 구역별 사업계획과 개발이 보류돼 투자성이 떨어지는 존치구역 등도 함께 결정되기 때문이다.

동작구 노량진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촉진계획 수립 이후 당장 재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