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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꽉 차면 ‘앞좌석’이 비싸진다 |부동산노트

2009-11-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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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동호회 > 한강변 재개발 투자연구소

원문출처 : http://cafe.drapt.com/346

경기장이 꽉 차면 ‘앞좌석’이 비싸진다



어느 마을에 운동 경기장이 있었다. 주말에는 이웃 동네 팀들과 경기가 열렸는데, 인기가 좋아 매번 관람석 좌석이 꽉 찰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가 열기를 더해가면서 관중석 중간에 앉아 있던 몇몇 관중이 일어서서 경기를 보곤 했다. 그러자 그 뒷줄에 앉아 있던 관중도 경기를 보기 위해 일어나야 했고 나중에는 경기장의 대부분의 사람이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맨 처음 일어났던 사람들만 제외하고 그 뒷줄부터는 앉아 있을 때보다 서서 볼 때가 더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맨 처음에 일어서서 보았던 몇 명만 자제한다면 모든 관중이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을 빗댄 ‘경기장 우화’다. 어떤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이에 자극받아 주변 지역 집값이 오르게 되고, 이것은 시차를 두고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된다. 이때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집값이 오를 리가 없으므로 결국은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경기장 우화’에는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가 보자.

그 경기장의 좌석 수는 500석이다. 그런데 그 경기를 보기 원하는 사람은 600명이나 된다. 그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경기장에 도착한 500명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지만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은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 이 사람들이 그 다음 주에 열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까.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일찍 경기장에 갈 것이고, 이들은 경기장에 입장할 것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입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늦게 도착한 또 다른 100명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는데, 이 사람들은 지난주 경기에는 같은 시간대에 와서 입장했지만 이번 주에는 같은 시간대인데도 입장하지 못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다음 주에 어떤 행동을 취할까.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 경기장의 입장 마감 시간은 매주 빨라지게 될 것이다.

주택 보급률 아직 선진국에 못 미쳐

결국 일부 사람들이 게을러서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경기를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매주 경기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이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 수요보다 주택 공급이 적으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다른 사람보다 일찍 도착해야 하는 것처럼 집을 소유하려는 다른 사람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므로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현실 세계는 처음에 소개했던 경기장 우화처럼 ‘경기를 서서 보네, 앉아서 보네’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충분하지 않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는 아직도 주택 보급률이 100%도 안 된다.

그러면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장 관람석을 늘리거나 관중이 많이 몰리지 않도록 관심을 분산시키면 된다. 이것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다. 보금자리주택 건설이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대출 규제 확대, 자금 출처 조사 등 수요를 진정시키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다. 공급 확대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므로 수요 억제책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정부의 기대대로 몇 년 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면 집값은 잡힐까.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경기를 보기 원하는 사람이 600명이므로 관중석을 600석으로 늘리면 좌석이 모자라 경기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없을 테고, 언제 경기장에 오더라도 입장이 가능할 테니 굳이 일찍 올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맨 처음에 소개했던 경기장의 우화를 떠올려 보자. 경기장의 뒤쪽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관중석 중간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서서 경기를 보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 다음 주에는 일찍 와서 앞쪽 자리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관중석 중간에서 소동이 벌어지더라도 앞좌석에서는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 때문에 관중 수에 맞춰 관람석을 늘리더라도 경기장에 일찍 오는 사람은 계속 있게 마련이다. 경기장 관중석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제는 천천히 가도 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경기장 뒤쪽에서 경기를 봐야 하는 것이다. 결국 경기장 입장 마감 시간만 뒤로 늦춰진 것이지 경기장에 일찍 도착해야 하는 것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면 맨 처음의 우화에서 경기 중에 일부 관중이 일어서서 보지 않으면 모두가 편히 보게 되는 것과 같이 모두 늦게 오거나, 그 전주에 보던 자리에서 계속 보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욕심만 서로 자제한다면 큰 불편 없이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조금 불편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보세요(논리 A)”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현실에 반영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당신은 모아 놓은 재산도 많지 않고 소득도 적으니 수도권 변두리 반지하 전세방에서 그냥 그렇게 평생 사세요.(논리 B)” 누가 이렇게 말했다면, 이것은 저주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논리 A와 논리 B는 같은 이야기다.

반지하 전세방에 사는 사람이 돈을 모아 더 좋은 층으로 옮기려고 할 때마다 거기에 이미 살고 있는 그 ‘누구’보다 비싼 전세 값을 치러야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전세 값은 오르는 것이다. 그 사람이 돈을 더 모아 더 좋은 지역으로 옮기려 할 때마다 그 지역 전세 값은 더 오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전세를 옮겨 다니는 것이 지겨워서 집을 사려고 할 때마다 집값은 오르는 것이다. 결국은 지금보다 주거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려 할 때마다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당신이나 평생 그렇게 사시죠’

경기장의 좌석 수가 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좌석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좌석 수가 늘면 늦게 가도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는 뜻이지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좌석 수가 늘더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은 예전과 같이 일찍 와야 하듯이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더라도 좋은 입지에 있는 주택 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경쟁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더라도 모든 집값은 계속 오를 수 있을까. 아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때는 경기장의 뒤쪽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처럼, 주택 보급률이 낮을 때는 어떤 곳에 집을 사놓든 대부분의 주택이 시차를 두고 비슷한 상승률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좌석 수가 늘어난 이후에는 아무 때나 가도 입장이 가능한 것처럼, 주택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입지가 떨어지는 곳의 집값은 점점 오르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 집을 차지하려는 경쟁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오르는 부동산과 그렇지 않은 부동산 가격이 점점 벌어지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힘은 ‘지금보다 나아지려는 욕구’다. 사랑하는 가족과 보다 좋은 집, 보다 편한 집, 보다 넓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소박한 꿈이 없어지지 않는 한 주택 보급률의 상승 여부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의 가족을 보다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당신의 꿈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다면 그 귀에 나지막이 말하라. “당신이나 평생 그렇게 사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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