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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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든 리스크 부담
은행부담 줄여 신속지원
모럴해저드ㆍ기금부실 우려

정부의 이번 추가 보증 확대는 사실상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된 빗장을 완전히 풀어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부담을 '0%'로 만들어 아무런 걱정 없이 중기 대출을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과 중소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할 수 있겠지만 정부는 '지금 시급한 것은 중기 회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모든 리스크 부담한다=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서 출연한 자금을 보증기관에 출자해 중기 대출에 사용하는 것은 실물경제 자금난이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연말 올해 신보ㆍ기보에 1조1600억원을 출자해 보증 여력을 키워 중기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하강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부도율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추가 조치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은행들 역시 앞으로 진행될 기업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부실 우려가 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기 대출 연체율도 2007년 말 1.0%에서 지난해 말 1.7%까지 늘어났으며, 한 달이 지난 지난달 말에는 2.36%까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은행의 부담도 늘어나지만 중기 대출은 연일 줄고 있는 것도 현실. 시중은행의 4등급 이하 중기 신규 대출 비중은 지난해 9월 74.5%에서 12월 말에는 65.1%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으로 인해 정부는 아예 올해 만기 도래되는 보증분 30조900억원에 대해 전액 만기 연장을 단행했다. 신규 보증 지원에 대해서는 수출 및 녹색성장 기업 등에 대해서만 보증 비율을 100%로 확대해 은행의 부실 부담을 없애버렸다.

보증심사 즉시 대출이 가능하도록 보증 과정에서의 시간 지연도 없애 신속한 중기 지원이 이뤄지게 했다. 사후 책임 추궁으로 보증 처리에 소극적이던 보증기관 직원에 대해서도 면책 기준을 마련해 책임을 묻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총 64조3000억원의 보증 지원이 올해 이뤄지며, 55만개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도 신용 보증을 기초로 BIS 비율 하락 부담 없이 대출 만기 연장 및 신규 대출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모럴해저드 우려=다만 이 같은 100% 보증 및 만기 연장에 대해 중소기업은 물론 은행의 모럴해저드 우려도 크다. 우량한 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원되던 신규 자금 지원 및 만기 연장이 무분별하게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신용불량 기업 등 한계기업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선 높은 경영 개선 노력을 전제로 보증 지원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불법ㆍ부적정한 보증 사례에 대해서는 끝까지 민ㆍ형사 책임을 부과키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도 높은 장치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보증이 이뤄질 경우 보증기관 및 정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너무 크다. 어차피 사후 책임이기 때문에 부실 발생을 사전에 피하긴 힘들다.

기보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중기 대출이 대폭 확대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은행 대출심사가 생략되는 등 보증심사 자체도 다소 약해지는 측면이 있어 어느 정도의 부실이 발생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민ㆍ정지연 기자/boh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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