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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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예금 지급 준비율 인상은 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을 초래, 집값을 하향 안정세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미지수다.

특히 집값 급등이 급격히 꺽인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지준율 인상효과가 어느 정도일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준율 인상, 집값에 어떤 영향 = 지준율 인상의 집값안정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준율이 5%에서 7%로 인상됨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급속히 줄어듦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아 부동산 매수세는 한풀 꺽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억제와 더불어 이번 지준율 인상이 단기 수요를 차단하게 돼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지준율 인상은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조달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증가로 이어지면서 담보대출을 활용한 기존 주택구입자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부담 매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대표는 "신규 대출을 발생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만기도래한 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권들이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빚을 많이 내 집을 산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03∼2004년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의 70-80% 수준까지 대출이 이뤄지면서 상환압력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즉 올해 입주했거나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들이 빚 상환 압력이 높아져 일부 급매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준율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중앙은행이 바라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등 다른 분야의 대출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은 현행 심사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지준율 인상은 경제만 어렵게 할 뿐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별무효과인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담보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갖춘 실수요자가 주택담보대출을 요구하면 은행이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지점들이 중앙은행의 관리와 감독에도 불구, 담보물건이 확실한 주택담보대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연결될 경우 지준율 인상이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은행들이 그렇게 할 지는 알 수 없다"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도 "금리인상은 부분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측면이 있지만 집값이 오른 데는 공급부족도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유동성 축소를 통한 수요 억제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신규 분양시장은 크게 위축=하지만 주택업계는 자금난 심화, 수요 및 주택공급 침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 대출을 알선을 실시하는 주택업계로서는 수요 및 분양성 악화로 이어짐에 따라 지방 분양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주택사업을 실시하는 시행사들의 자금 구하기도 더욱 어려워지면서 사업 연기 및 축소, 포기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림건설의 김진경 상무는 "대출 억제,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에 따른 부담이 크게 높아져 분양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 "수도권보다는 지방시장이 먼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6만가구에 육박하는 미분양아파트가 더욱 적체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분양아파트에 대해 대다수 업체들이 계약금을 낮춰주고, 대출 알선 확대,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의 수요자 유인책을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내외주건의 김신조사장은 "외부 자금 의존도가 매우 높은 주택사업 및 부동산 개발사업이 위축되면서 자금 유동성이 적은 중소업체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이는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이후 2,3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PF 사업이나 민자유치가 확정된 도로 등 SOC사업으로의 자금 유입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처럼 사채시장에 의존하는 주택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양극화 등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규성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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