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레를 샀다. 48평 23층 호수 정면조망. 이 아파트에대해서 참 많은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난 어느정도는 비껴서 서있고 싶다. 아내와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가장 마음에 드는 층으로, 가장 알맞은 평형의 것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수지의 지금 우리집을 매입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집이 좋았으니까,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그것이 오를 것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그렇게 집이 참 마음에 들어서 였기 때문이었다.

 

집이란 것은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다른 사람들도 살고 싶을 테니까. 집이란 것이 하루이틀 사는 것이 아니고, 최소 몇년을 살 곳이니까. 마음에 들고 정이붙을 수 있고, 단지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내 발길이 가볍고 좋아 미소가 절로 나오면, 그것으로 아주많은 보상을 받은 것이니까. 그런 집은 아마도 또한 올라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했듯이 남들도 살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난 상상한다. 멀리 보이는 호수를 남의 공사중인 아파트 25층 옥상까지 몰래 올라가서 위험하다고 말리는 동행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다보고 내질렀던 탄성! 그것을 내 집 내 거실에서 더 편안히 위험하지 않게 시원한 맥주와 함께마시며 보게될 그날을.

 

내년 3월이면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공부를 끝내고 유럽여행을 할 것이다. 피오레 입주시점에 맞춰 돌아오기위해서. 영국에선 아내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고된 생활이겠지만, 아마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지...공부를 마치고, 아끼고 아껴 계획한 두달의 여행을 마치고 나면 그리던 내 아파트로 이사를 하겠지.

 

행복하다. 언제나 그랬듯. 나의 욕심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음을 확신하기에 더욱그렇다. 내일은 오늘과 같은 해가 뜨고 같은 시간이 흐르겠지만, 난 매일 달라져 갈것이다. 어제와 같은 삶을 살지않아야 살아있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는 믿음에 신뢰를 보내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