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100점 캐스팅이 빚어낸 감동 하모니

화려하진 않지만 맛깔스럽다.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연출 이재동)는 출연배우들의 연기 미학이 백분 발휘된 작품이다. 아역부터 중견연기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이 보는 이들을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당초 장혁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던 ‘고맙습니다’는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 장혁 주인공이지만, 튀지 않는 어우러짐의 미학!

장혁은 분명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튀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지난 아픈 기억을 되새긴 듯 그의 연기에는 겸손함이 묻어나온다. 눈빛의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거품이 빠지고 여유로움이 더해졌다.

극중 세상을 향해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민기서 역을 맡은 장혁은 지난 2년간의 공백이 믿겨지지 않으리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연인의 죽음으로 존재의 이유까지 망각해버린 그가 ‘푸른도’라는 섬을 찾으면서, 영신(공효진 분)과 봄(서신애 분)을 만나면서 그들의 따스함에 서서히 젖어드는 모습은 한층 성숙해진 연기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 딸 같은 엄마 공효진 & 엄마 같은 딸 서신애!

딸 같은 엄마 영신과 엄마 같은 딸 봄이의 티격태격함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다.

봄이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영신의 귀여움과 그런 엄마를 놀리면서도 다독여주는 봄이의 어른스러움은 뭔가 부조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웃음마저 안겨준다.

하지만 봄이가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사실과 맞닥뜨릴 때면 영신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가 된다.

부조화한 관계 속에 더욱 끈끈해 보이는 두 모녀지간의 정은 시시때때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특히 공효진은 첫 미혼모 연기 도전임에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기력으로 ‘영신’이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서신애 역시 아역배우 답지 않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세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중견 연기자들이 없었다면..

‘고맙습니다’는 철저히 ‘푸른도’라는 섬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렇기에 푸른도 주민들의 이야기도 이 드라마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고맙습니다’에서 빼놓은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 변신이다.

중견 연기자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활력소와 같아 극적 재미와 휴머니즘을 배가시켜준다.

특히 치매에 걸린 ‘미스타리’로 출연 중인 신구의 천진난만한 연기와 데뷔 43년 만에 첫 멜로연기에 도전하는 전원주의 상큼한 변신, 그리고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속물 아줌마로의 파격 변신을 감행한 강부자의 코믹한 연기까지, 중견 연기자들의 열연은 ‘고맙습니다’가 심심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 ‘고맙습니다’의 숨은 주인공, 이경희 작가 & 이재동 PD

작가와 PD도 드라마를 이끄는,배우들 못지않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을 통해 많은 폐인을 양산한 이경희 작가. 그녀 특유의 가슴을 울리는 대사는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집합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드라마 ‘단팥빵’,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연출한 이재동 PD 역시 자극적인 여느 드라마와 달리 친근함을 내세운 연출 기법으로 훈훈한 내용을 한층 더 따스하게 빛내주고 있다.

고홍주 becool@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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