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예쁜집(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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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지아 김유림 사장의 집 |연예인의 예쁜집

2007-08-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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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스타일리스트가 된 커피 장인, 쁘띠 마지아 김유림 사장의 내추럴한 집 꾸밈






소박하고 내추럴한 집 꾸밈
김유림 사장의 집을 방문하기 전,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 마지아와 에땅끌레르를 떠올리고는 집 역시 유사한 스타일이려니 생각했다. 사실 시크하고 럭셔리해 보이는 인테리어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집 안에 한 걸음 발을 내딛는 순간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박한 공간에 내심 놀랬다. 부부가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가구들과 십여 년도 더 되었음직한 가전제품 들… 거실에는 그 흔한 벽걸이 TV 대신 둔탁한 브라운관 TV가 자리 잡고 있었고, 선반 한쪽에 놓인 화분 삽에는 김유림 사장부터 아들 병훈까지 4명의 이름이 둥근 삽자루를 따라 30년의 시간을 두고 적혀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심플하고 모던한 것이 좋았어요. 그 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차가운 공간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것이 풍족한 소비적인 요즘 아이’보다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아끼고 오래 쓰는 것의 가치를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어요.” 오랜 일본 생활의 영향인지 그녀는 참 검소 하다. 집 전체의 포인트 벽지 도배도 인터넷 사이트 벽지나라에서 주문해 인건비를 포함해 25만원으로 해결했다고 했다. 게다가 봄맞 이 쿠션 커버링은 동대문에서 1마당 2천5백원짜리 천을 사다 직접 한 것. 그래도 정성과 감각을 더하니 집 안은 유니크한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집 안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김유림 사장은 ‘삶의 온기를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거실의 한쪽 벽면에 안방 베란다를 향해 커다란 창이 뚫린 독특한 구조. 2 평 남짓한 이 공간에 의자와 꽃가지 등을 두어 낮에는 아들의 놀이터, 밤에는 부부의 휴식장소로 활용한다



결혼 전 부부가 사용하던 가구를 그대로 가져와 거실에 놓아두었더니 소파의 컬러는 모두 다르지만 나름의 멋이 느껴진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침실. 서랍장 위의 액자에는 남편과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과 아들 사진을 나란히 두어 추억과 현재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에 살다 보니 집 구조가 독특한 편인데, 잘만 활용 하면 의외로 편하다. 안방 안에 딸린 작은방을 아들 방으로 밤에도 떨어지는 느낌 없이 지낼 수 있다




1 “자주 손님 초대를 하기 때문에 항상 그릇은 6개를 기준으로 구입해요.” 김유림 사장의 잰 손놀림에서 일상의 한 부분이 된 ‘파티’가 느껴졌다
2 붉은색 벽지와 화사한 꽃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현관


기획 : 조영선ㅣ포토그래퍼 : 박재석ㅣ레몬트리ㅣpatzzi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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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돈서 교수의 자하재(紫霞齋) |연예인의 예쁜집

2007-08-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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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의 중정을 품은 미로를 닮은 집



헤이리의 자하재

나무 정원에서 나란히 선 박 돈서 교수 부부. 23개의 정원은 벽과 벽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양쪽에 거울을 두고 비춘 듯 몇 개의 통로가 한눈에 보인다. 각 각의 정원에는 이탈리아 봉숭아, 패랭이, 꽃잔디, 박달나무, 작약, 홍단풍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각각의 공간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헤이리에 위치한 자하재(紫霞齋)는 ‘2005년 건축가협회상 베스트7’과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 등 건축계 최고의 상을 2개나 받아 그 디자인을 인정받 은 유명한 건물이다.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이는 아주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거제대학교 학장을 거쳐 현재는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박돈서 교수로, 헤이리에 지어지는 건물들을 심의하는 헤이리 건축 심의 위원이기도 하다. 『건축의 색 도시의 색』, 『건축색채학』 등의 저서에서 알 수 있듯 특히 건축 색 채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온 분이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자하재(紫霞齋)라는 이 름은 당신의 호(號)를 딴 것으로 자하문 밖에서 태어나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박교수는 평생을 건축과 교수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다른 젊은 건축가에게 의뢰해 지었다. 본인이 지으면 아무래도 살기 편하게만 지을 것 같아서 였다고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에 의하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한 박교수의 배려였다고 한다.

건물 외관. 흔히 외벽만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하는 다른 집들과 달리 이 집은 내부까지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2세대가 사는 집으로, 양쪽에 출입문이 따로 있다.

이 집의 설계를 맡은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주)김영준도시건축의 김영준 건축가. 일산 허유재병원 등을 설계한 그는 어김없이 독특 하고 실험적인 설계를 해왔는데 자하재의 설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설계도를 한눈에 딱 봐도 공간이 좁고 수납 공간도 부족해 살기엔 불편한 데다, 사는 데는 전혀 필요 없는 그러나 이 설계의 핵심 디자인이기도 한 여러 개의 벽을 세워야 하니 공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임을 뻔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심 많은 건축주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고 과감하게 OK 사인을 했다. 게다가 원래 건축주라는 사람은 집 전체를 보지 못한 채 부분만 보고 공사 중에 이 러쿵저러쿵하면 원래의 콘셉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지라 건축가가 일관된 콘셉트와 철학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 려했다. 그리하여 건축가는 만만치 않은 집주인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었다. 건축가는 자신이 짓는 집 을 작품으로 봐주는 훌륭한 건축주를 만난 것이니 이런 건축물이 우수 건축물로 선정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스스로를 “건축가의 작품을 관리하면서 사는 관리자”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건축가를 믿어주는 마음이 자하재를 집이 아닌 건축 작품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2층 서재 베란다에서 바라본 중정의 모습. 이 집의 구조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1주택 1세대, 휴먼 스케일에 맞춘 공간 분할

1 주방 쪽에서 바라 본 거실. 소파가 놓인 공간 외에는 남는 공간이 별로 없을 정도로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는 건 어느 방향에서나 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 기 때문이다.
2 부부 침실. 3면의 벽을 따라 창문이 4개나 있다. ‘창이 곧 액자’가 되어 멀리 전원 풍경이 걸리고, 23개의 중정 중 하나가 그림처럼 걸린다. 보기 싫 은 운동기구들을 일일이 커버를 만들어 씌워놓은 모습에 한 번 더 감동.


자하재의 특징 중 하나는 1주택 2가구라는 점이다. 겉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2세대가 살 수 있도록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출 입문을 따로 쓰는 등 두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맞물리는 공통된 부분을 절묘하게 배치해놓아 아주 이상적인 1주택 2가구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 1층에서는 중정을 통해, 2층에서는 구름 계단을 통해 서로 왕래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엔 지붕이 없어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가야 한다.

이 집은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니 공간이 너무도 좁았다. 땅 하나에 두 집을 짓다 보니 좁아진 면도 있고, 40%를 정원으로 할애했기 때문이기 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휴먼 스케일을 바탕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휴먼 스케일’이란 쉽게 말해 사람이 생활하는 데 적당한 크 기와 공간을 말한다. 박돈서 교수가 거주하는 한쪽 공간 1층에는 침실과 복도, 거실, 주방, 세탁실이 있고 2층에는 서재 하나만 두는 등 아파트처럼 파우더룸 이니 게스트룸이니 하는 불필요한 공간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그 공간들마저도 사람이 편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크기인 360cm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더 넓으면 공간 낭비고, 정서적으로도 허전하다. 거실도 이 크기, 방도 이 크기다. 정원마저도 공간을 나누고 또 나누었다. 이 점 이 자하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건축가는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이 집을 설계했다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궁전답지 않게 좁고 미로처럼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며 정원과 실내가 마구 뒤섞여 있는 구조다. 이 집 또한 위에서 보면 미로처럼 하나의 공간이 여럿으로 나누어져 있고, 정원과 실내가 서로 연결된다. 각 공간에는 그 공간만큼 의 외부 공간(중정)이 덧붙여져 있다. 각 공간은 외부와 연결이 되도록 창문을 내었는데 그래서 어느 공간, 어느 방향에 있어도 중정이 보인다. 재미있는 건 한 공간에서 보이는 중정이 3~4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3 중정은 화장실까 지 따라 다니면서 그림을 만들어 낸다.
4 거실 한쪽에는 여행하면서 모은 세계의 유명 건축물 모형과 장식 종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23개의 중정을 품은 집

5 2층에 자리한 서 재. ㄱ자 형태로 2층과 1층이 서로 통하도록 되어 있다. 거실에서 볼 때는 좁은 공간에 높은 천장을 줌으로써 넓어 보이는 효과와 더불어 1층과 2층이 서로 연 결되어 있게 된 부분이다.
6 교수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위치다. 노출 콘크리트 가운데에 난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다른 공간의 모습 중에 가장 멋진 그림이 나오는 곳이라고.


미리 얘기를 듣긴 했는데, 99칸 대궐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집 안에 중정을 23개나 가질 수 있겠는가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마치 제주도의 미로 공원처럼 큰 정원 하나를 벽과 벽으로 나눠놓은 형태. 따라서 각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중정을 보게 되고 정원을 거닐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들을 만나게 되 는 구조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 23개의 중정들은 모두 그 모습이 다르다는 것. 공간과 공간을 나눈 벽의 생김새도 닮은 듯 다르고, 바닥 재료와 심는 식물도 달리해서 흙으로 된 정원, 돌이 깔려 있는 정원, 나무가 깔린 정원 등 정원을 만드는 재료까지 변화를 주었다.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칸을 나누면서도 구멍을 뚫어 프레임을 만들고 시선에 따라 여러 가지 풍경이 보이도록 했다. 이 23개의 중정에는 각각 이름도 있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은 송정, 매화나무가 있 는 곳은 매정, 대나무가 있는 곳은 죽정, 단풍나무가 있는 곳은 풍정 등. 이렇게 다르게 꾸며놓아 거실에서 보는 중정의 모습도 모두 다르다. 이 자연 풍경 그 림은 계절마다 달라지고, 밤낮이 다르고, 누워서 보는 것과 서서 보는 것이 다르다. 프레임에 들어오는 경치를 생각해서 나무와 꽃의 종류까지 나눠 심는다고 하니 어찌나 놀랍던지. 취재하는 날 아침에도 2시간이나 걸려 정원을 돌보았다고 하니 이런 멋진 그림이 예사로 나오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집주인을 닮은 집

7 중정 하나하나가 참 스타일리시하다.
8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집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마치 미로 공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점심을 함께 들던 교수님은 막걸리 반 병을 주문하셨다. 손수 한 잔씩 따라주시고는 건배까지 제의하셨다.
“내가 ‘당신’ 할 테니, 여러분은 ‘멋져’라고 하세요. 이유는 마시고 나서.”
시키신 대로 술잔을 맞대면서 “당신 멋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신 멋져, 참 좋은 구호지요. ‘당’은 ‘당당하게’, ‘신’은 ‘신나게’, ‘멋’은 ‘멋지게’, ‘져’는 ‘져주자’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되 그래도 져주면서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말씀이었다. 이 말 한마디로 어떤 인생관을 가진 분인지 알고도 남았다. 스스로 겸손해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교수님의 인생관과 참 닮은 구호가 아닌가 싶다. 헤이리의 최고 연장자로 헤이리의 굳은 일은 모두 맡아주시는 등 헤이리 사람들의 삶의 멘토가 되시는 분. 집 생김새를 촬영하러 갔던 기자는 멋진 삶의 모토까지 배워 돌아왔다. ‘당신 멋져’ 소리 듣는 사람으로 살자고.





기획 : 박미순ㅣ포토그래퍼 : 김성용 ㅣ레몬트리ㅣpatzzi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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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황주리의 하우스 갤러리 |연예인의 예쁜집

2007-08-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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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어울리는 그림? 화가 황주리는 ‘그림에 어울리는 집’에 산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드라마,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캔버스에 담는 작가. 더불어 작가의 그림들 덕분에 생기와 편안함이 깃든 집 풍경.


황주리는 그림 걸기 좋은 집에 산다. 소파 맞 은편에 걸린 150호나 되는 대형 흑백 그림 ‘식물학’을 중심으로 시선이 머무르는 곳마다 온통 그녀의 행복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집은 유독 그림이 어울리도록 컬러나 장식 적 요소를 배제한 채 아주 간결하게 마무리된 것이 특징.

화가 황주리의 집엔 ‘집 구경’보단 ‘그림 구경’하러 가는 편이 맞다. 그녀의 집을 소개해준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 관장은 “황 작가 집에 가면 집 전체가 그녀의 작품들로 전시 되어 있으니 작품 구경 실컷 할 수 있을 거”라 귀띔해주었다. 혹여 별다른 구경거리 없는 집이라 한들, 황주리의 작품으로 가득 찬 집이라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사람들은 그림을 고를 때 다양한 각도로 촉수를 세운다. 감동과 여운, 위로가 되는 그림. 더불어 앞으로 돈이 된다면 더 좋을 그림. 그리고 미술품은 온전히 개인이 소유하 는 독점적인 예술 분야라지만 내 집에 인연 만난 듯 잘 어울려 찾아오는 손님마다 덩달아 기분 맑아지는 그런 그림…. 그래서 대단한 컬렉터가 아니고서야 모처럼 그림을 고를 때 ‘우리 집 거실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 고심한다.

황주리의 경우 집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는 대신 ‘내 그림에 어울리는 집’을 택했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오래된 이 빌라는 유독 천장이 높아 150호 대형 그림을 세로로도 세울 수 있을 정도. 거기에 집 전체가 화이트 톤에 몰딩이나 조명도 어느 하나 그림에 거슬리는 요소가 없다. 심플한 화이트 공간에 크고 작은 그녀의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 말하자면 이곳은 황주리의 작은 갤러리인 셈이다.

실은 집을 선택하거나 꾸미는 등의, 작품 활동과 연관이 없는 일상들은 그녀와 같이 살고 있는 어머니의 몫이다. 미혼인 그녀는 어머니와 둘이서 이 집에 산다. 70이 넘은 어머 니는 화가인 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작가가 온전히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을 하는 존재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에 어울리는 집’도 어머니가 손수 인테 리어해서 만들어놓은 것. 앤티크 고가구와 함께 돌 위에 그린 작품 ‘돌에 관한 명상’을 세팅하고, 기존 어머니 자신이 컬렉팅해 오던 그림들은 모두 그림 창고로 보내고 대신 딸의 그림이 적절히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그녀는 엄마가 만들어놓은 현재의 공간을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은 아니고 그림이 너무 많은 집일 뿐”이라 고 소박하게 말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 왼쪽으로 고가구 위에 놓인 돌 그림은 자연석에 그림을 그려 넣은 ‘돌에 관한 명상’. 그 위쪽으로 보이는 그림은 ‘그대 안의 풍경’, 바닥에 내려놓은 2개의 그림은 가장 최근의 작품인 ‘삶 은 어딘가 다른 곳에(작은 10호 그림)’와 ‘식물학’이다.

“내가 들어가는 공간은 인테리어고 뭐고 다 무너져요. 어디든 다 작업실이 돼버리니까.” 그가 인테리어에 신경 쓰고 살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녀는 하루 8시간씩 그 림에 몰두하는 전업 작가로 유명하다. 한 평론가의 말대로 단순 업무가 아닌 한 생명을 잉태하듯 창작의 산고가 따르는 작업을 매일 8시간씩이나 반복한다는 건 보통 사람의 내공으로는 불가능하다 싶다. 그러니 그림 구상을 위한 고민들과 작업 외의 다른 것들은 신경을 쓸 여력도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사는 집과 작업실을 통합해서 공간에 신경 쓰고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돌뿐 아니라 안경, 도자기, 앤티크 소품이나 시계 등에 그린 설치 작품들이 꽤 많은 데 움직이는 동선마다 그 입체 작품과 평면 작품이 유기적으로 어울리는 그런 공간요. 가구나 방석, 의자까지 다 내 작품으로 만든다면, 작은 미술관처럼 보이는 집이 나오겠 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세심한 관찰자

같이 살던 순종 불독 그림인 ‘자화상-내 이름 은 베티’도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흑백 작품. 식탁 옆에 4개의 그림을 리듬감 있게 걸어두었다. 험해 보이지만 너무 순하고 표정마저도 풍부했던 이 불독에 대해 작가는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왕성한 작품 활동과 대중적인 인기, 화단의 평을 동시에 받고 있는 작가답게 그녀는 50을 갓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개인전을 25회나 열었다. 6월 27 일부터는 서울 삼청동의 리씨갤러리에서 스페인 작가 에마뇰 마료단, 국내 작가 오원배와 함께 3인전을 열 계획. 기존 황주리를 대표하는 작품이 컬러풀한 색감의 그림들이었 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간 많이 공개하지 않은 흑백 그림들을 보여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크고 많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은 흑백 그림이에요. 컬러 그림은 아는 사람이 많은데, 난 흑백 그림의 감상 포인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나 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주저 없이 흑백 그림을 고르죠. 흑백 그림은 화장하지 않은 삶의 모습, 맨얼굴 같은 느낌이에요.” 컬러 그림이 예쁘게 포장된 편지라면 흑백 그림 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일기라는 것. 요즘 집들처럼 모던하고 큼직한 공간에는 흑백 그림이 더 잘 어울린다고. 실제로 미국인들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멋쟁이들은 흑백 그 림을 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

1 소파 뒤쪽의 30호 그림 ‘그대 안의 풍경’. 동그라미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삶의 풍경들이 재미나다.
2 현관 입구에 놓인 고가구와 돌 그림들, 그리고 최덕교 작가의 브론즈 새장이 운치 있게 어울린다. 위쪽의 그림은 ‘식물학’.


황주리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억지웃음을 만들어내거나 과장된 상황을 만들지 않고, 그냥 느긋하게 감상하고 편안하게 기분 좋아지는 그런 그림. 작가의 다양한 상상력과 세심한 관찰력은 특유의 입체적이고 화려한 필체로 캔버스에 옮겨진다. 그녀 역시 요즈음 자신의 작품들이 행복해 보인다고 인정한다. “20 대, 30대 때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 발칙하고 불온해요. 그 시대의 사회적 절망이 그림에 표출돼 있는 거죠. 그러고 보면 모든 사람이 자기 나이대에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가 봐요. 다시 하려고 해도 도저히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20대 때의 그림은 정서가 굉장히 어둡고 강렬하고 순화가 안 된 느낌인데, 그때 그림을 다시 그려 보고 싶어도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 반면 요즘 작품은 치유의 역할을 하는 그 림들이다. 작가는 생각이 많다. 그림뿐 아니라 작가가 쓴 3권의 수필에 쓰인 글들을 봐도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인지 알 수 있다. 그림의 제목들도 역시나 하나같이 예민한 더듬이를 드러낸다. ‘추억제’ ‘이상의 시를 명제로 한 것들’ ‘식물학’ ‘그대 안의 풍경’ 같은 시적인 제목들. 제목을 구상하는 방법을 묻자 “내 안에 내재하고 있 던 어떤 것을 볼 때 글도 되고 그림도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처럼 삶을 함축하는 짧은 문장들이 그림의 제목이 되는 것. 타고난 관찰자의 시선을 지닌 작가는 같이 지내는 순종 불독의 표정, 카페의 연인들과 아기를 안은 엄마의 사소한 일상을 매일매일 날렵한 제목의 그림에 담는다. 유독 따뜻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이기에 그 녀의 그림 역시 그렇게나 행복한 표정들인가 보다.

3 식탁 옆의 그림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4 유독 그림을 좋아하는 황주리 작가의 어머니는 그간 모아온 그림 컬렉션을 죄다 그림 창고에 두었지만 몇몇 조각 작품들은 여전히 집 안에 세팅해두었다. 브론즈 작품은 강희덕 작품.






기획 : 안지선ㅣ포토그래퍼 : 김성용 ㅣ여성중앙ㅣpatzzi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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