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건강하려면 부엌은 동향에 :: 닥터아파트 블로그

2012-02-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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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건강하려면 부엌은 동향에

전남 구례에는 집을 짓고 살면 큰 부자가 된다는 3개의 명당이 전설로 전해왔다. 그중 하나가 거북이가 진흙 속으로 들어간다는 금구몰니형(金龜沒泥形)이다. 그런데 이 명당은 운조루(중요민속자료 제8호)가 냉큼 차지했다. 1780년대 낙안 군수를 지낸 유이주가 집터를 닦을 때 안방을 두고자 했던 장소에서 거북 형상의 큰 돌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운조루 터가 바로 천하의 명당임을 알게 됐다. 그런데 안방으로 불을 때면 거북이가 나온 혈처가 마를 수 있어 설계를 바꿔 부엌으로 삼아 지덕이 발동하도록 꾀했다. 운조루 사람들은 지금도 부엌에 거북이가 산다고 믿어 부엌 바닥이 촉촉하도록 항상 물을 뿌려주고 부엌 흙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한다.

부엌은 물과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먹고, 저장하는 공간으로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곳이다. 만병은 음식을 통해 생겨나므로 풍수에서는 부엌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대문은 기가 출입하는 곳이고, 부엌은 식록(食祿)이니 대문과 부엌이 모두 중요하다.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가볍게 여기나 생기택·연년택 등으로 지어진 복택(福宅)에서도 이상한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부엌이 흉하기 때문이다.

부엌이 길해야 가족들이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 그렇다면 좋은 부엌은 어떤 것일까.

우선 욕실과 마찬가지로 북동방과 남서방에 두면 흉하다. 전통적으로 북동방은 귀문, 남서방은 이귀문에 해당하고, 이 방위에 더러운 물이 있으면 부정을 타 꺼린다. 또 북동방은 햇빛이 들지 않아 습기가 차면서 구질구질하고, 남서방은 저녁 햇살이 깊숙이 비춰 음식들이 쉽게 상한다.

이런 풍습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집을 설계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가장 좋은 부엌은 동향이다. 불을 지펴 음식을 조리하던 옛날의 경우 부엌의 위치가 잘못되면 아궁이 안으로 불이 빨려들어가지 않고 반대로 연기가 내뿜어져 나왔다.

부엌 천장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그을음의 양을 보면 그 집의 여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는데 불이 잘 드는 부엌은 동향과 동남향이다. 그래서 동향의 부엌은 어느 집이나 천장이 깨끗하고 화재의 위험까지 없었다. 동향은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에 햇살이 비추니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 보존이 가장 용이했다.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는 현대식 부엌 역시 깔끔한 분위기가 중요하므로 침실 또는 거실에 가까운 것을 꺼린다. 한식의 경우 날것을 직접 끓이고, 굽고, 지지고, 볶는 요리가 많다.

당연히 조리 냄새가 많이 나고 쓰레기가 많이 생겨 부엌 주변이 어수선해지기 십상이다. 체면을 위해서라도 부엌 안쪽이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고, 건강을 위해 청결을 유지함과 아울러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운조루에서 보듯 두 마리의 돌거북 상을 부엌에 놓아두면 대길한데, 전통적으로 부잣집에 전해오는 재물운을 상승시키는 비법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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