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완전 개통됐다. 마지막 구간인 송추~의정부 사패산 터널 공사가 환경 단체와 종교계의 반대로 2년 넘게 지연되다가 드디어 사업이 완료된 것이다. 1988년 퇴계원~판교 구간 착공을 시작으로 판교~일산, 일산~퇴계원 구간이 모두 개통돼 착공 20년 만에 수도권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순환도로’의 기능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교통 사각지대’로 불리던 경기 북부 아파트 시장이 최근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이 일대는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 온 데다 기반 시설 부족으로 타 지역에 비해 주거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으로 수도권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을 갖추게 돼 서울을 통과하지 않고도 경기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고양에서 남양주까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종전보다 40분가량 단축됐다.

서울 도심권 진입도 30분대로 단축돼 새로운 ‘교통 요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나들목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개통에 따른 기대감이 크다. 1999년 개통된 판교~일산 구간의 경우 사업 완료를 전후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사례가 있어 경기 남부 지역에 버금가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경기 북부 지역에만 7만5000여 가구의 택지 개발 사업이 계획돼 있어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데다 남북 긴장 관계 완화 영향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은 바로 의정부시와 양주시다.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어 닥친 지난 2006년에도 홀로 침묵을 지켰을 만큼 매수자들의 외면을 받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 실수요자들의 매수세 유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외곽순환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의정부시는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650만~700만 원 수준으로, 경기 지역 평균 매매가격이 9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싸다.

인접해 있는 고양시, 남양주시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최근 이들 지역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다. 대출 규제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저가 아파트의 매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지는 등 정부 정책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이 일대는 외곽순환도로 개통 이외에도 수많은 개발 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의정부시는 경전철 착공, 뉴타운 사업,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 관심이 더욱 크다. 작년 한 해 동안 집값이 무려 17%나 올라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도 평균 매매가 상승률이 0.3% 수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폭등’에 가까운 수치인 셈이다.

가능동 SK뷰 95㎡는 최근 매수 문의가 부쩍 늘어 한 달 동안 5250만 원이 올라 2억5000만~2억700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북부역과 가깝고 1000가구가 넘어 ‘블루칩’ 단지로 꼽힌다. 장암지구도 외곽순환도로 개통 수혜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양주시도 상황이 비교적 좋다. 현재 옥정·회천지구 등 5개의 택지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경원선 복선화 개통과도 맞물려 있어 신흥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덕계동 범양마더빌2차의 경우 1억8000만~2억3000만 원선으로 한 달 새 1250만 원 상승했다.

의정부시와 양주시 일대 교통 여건이 크게 향상되면서 서울 강북 지역 거주자들의 유입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보다 집값이 40~50%가량 저렴해 전셋값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등 타 지역으로의 이동 시간이 짧아진 덕분에 직장인 수요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외곽순환도로 개통 후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회수하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도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노원구와 도봉구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각각 1000만 원, 950만 원선으로, 의정부시와 양주시에 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서울 지역 평균 매매가인 18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외곽순환도로 개통에 따른 경기 북부 지역의 상승 분위기가 서울 강북 아파트의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크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강북 재개발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노원구 일대는 전통적인 학군 수요를 자랑하고 있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 7호선 수락산역 인근에 있는 상계동 수락파크빌의 경우 109㎡가 현재 4억~4억4000만 원선으로 한 달 동안 3500만 원 올랐다.

고양시와 파주시, 남양주시 일대도 적지 않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덕이지구, 청학지구 등 유망 분양 물량이 많다. 의정부시, 양주시에 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도심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곽순환도로 일대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보통 나들목에서 10km 이내에 있는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좋지만 일반 국도보다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나들목과 너무 가까운 곳은 오히려 투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마지막 공사 구간인 송추~의정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이미 가격이 반영돼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추가 개발 계획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돋보기│2008년 서울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 풍성…전셋집 구하기 수월해진다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입주를 시작하는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535개 단지, 총 28만5788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2007년(26만4647가구)보다 7.99%가량 증가, 전체 2만1141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울(88개 단지, 4만4829가구), 경기(152개 단지, 7만1271가구), 인천(15개 단지, 1만1999가구)의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 전국 물량의 44.82%가량을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개 구 입주 물량이 두드러진다. 올해 강남 3구에서 집들이를 하는 아파트는 1만1596가구로 2004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강남권의 입주 물량 증가는 송파구의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큰 원인이다. 7월 잠실주공2단지(5563가구), 8월 신천동 잠실시영(6864가구), 8월 잠실주공1단지(5678가구) 등 3곳만 집계 하더라도 1만8105가구에 이른다. 따라서 작년 수급 불균형으로 강남권 진입에 실패했던 실수요자들은 올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지역은 작년보다 17.54%가량 늘어난 7만1271가구가 입주 예정에 있다. 특히 화성에서는 동탄1지구의 마지막을 장식할 3차 입주가 예정돼 있다. 5월 푸른포스코더샵2차 1226가구가, 7월 예당우미이노스빌제일풍경채 1316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반면 서울 강북지역, 인천 등에서의 입주 물량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 강북구와 도봉구는 입주단지가 한 곳도 없으며 노원구도 219가구, 성북구도 1823가구에 불과하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은평뉴타운 1지구(4660가구)와 중구 황학동 롯데캐슬베네치아(1870가구) 2곳밖에 없다.







함종영·스피드뱅크 시황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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