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오산의 행정구역 통합이 주민투표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12일까지 통합지역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 통합 찬성 시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화성시 ․ 오산시의회의 통합 반대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일부 광역시보다 큰, 전국에서 가장 큰 기초단체가 출현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8월 26일 행정안전부가 주민자치기반 확충과 지역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지역에 범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행정구역 통합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행안부는 통합을 신청한 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지난달 10일 수원-화성-오산을 포함해 6개 지역을 통합 후보지로 선정, 발표했으나 선거구 문제로 이틀 만에 안양-군포-의왕과 진주-산청 2개 지역을 제외했다.

행안부가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의 졸속 행정구역 통합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사천리로 통합을 진행하는 이유는 행정구역 개편을 내년 지자체 선거 이전에 끝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행정구역 통합이 내년 지자체 선거 이후로 넘어가면 현실적으로 2014년에나 행정구역을 개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는 행정구역 통합은 행안부가 자치단체나 지방의회, 그리고 통합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추진하는 강제성 없는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역 정서가 같은 곳의 통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이 일부 지엽적인 생활권의 경계 조정이 아닌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정구역 개편의 시발점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이미 2005년 17대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야가 도 또는 광역시를 폐지하고, 230개 기초단체를 50~70개로 묶는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으나 확정짓지 못했다.

현 18대 국회에서도 특위가 활동 중에 있으며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된 법률안이 10개 가까이 상정돼 있다.

현재 행안부의 행정구역 개편 입장은 광역화를 지향한다. 국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이유로 지방행정구역의 광역화 통합에 대해 기존 광역시, 도나 학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행정구역 광역화로 지방자치가 후퇴해 지역의 정체성 상실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편에선 일부 자질이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견제력을 상실한 지방의회 등에 대한 불신 등으로 광역화 통합을 지지하기도 한다.

각 시마다 또는 주민들간에 통합에 대한 입장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긴 시간을 갖고 통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통합 시 발생할 문제점은 없는지, 통합 후에 지역간 균형발전 계획이 준비돼 있는지, 통합 지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지 등의 검토도 필요하다. 사전에 주민간, 지자체간 소통 없이 통합이 진행되면 지역간, 주민간에 쉽게 치유되지 않는 갈등 관계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개헌보다 어렵다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이 주민투표로 결정된다면 전제돼야 할 일이 있다.

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은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공정성을 담보한 정보 제공 등을 해야 한다. 또 주민들은 찬성하든 반대하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 과정이 지역 분란과 갈등만 심화시킬지, 민주주의의 축제로 마무리될지 주민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