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31부동산 대책 즈음에 고등학교 동기회에 몇 년 만에 참석한 자리에서 모처럼 부동산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난 친구들이 물었다. 어디에다 땅을 사면 많이 오를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나는 '너희들이 지금 앉아서 한잔하고 있는 역삼동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은 미래가치를 현재 통화로 역산하여 도출되는 과학적인 숫자이며 일반적으로 명동이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땅으로 생각하지만 역삼동이라는 자리는 현실적으로 부동산 가치의 축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된 상황에서 명동을 대체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나의 대답에 친구들은 보통 사람에게 너무 비싼 역삼동 땅을 살 수가 없으며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이 사무실을 역삼동에 가지고 싶어하고 대다수의 사원들이 역삼동처럼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회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므로 수요는 계속적으로 늘어 나는데 어찌 땅값이 오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강남 아파트의 경우에도 아무리 수도권 요지에 신규 아파트를 건설한다 해도 검증된 교통천국 교육천국 재테크천국인데 무궁무진한 잠재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겠는가?

동기회 자리에는 현 집권여당의 경기도 00시 지구당위원인 친구도 참석했다.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장(?) 얘기를 하기 싫어하는 편이지만 부동산 얘기가 나온 김에, 그리고 현정부에서 짜내는 부동산 대책이 답답해서 그 친구에게 강남을 일종의 악으로 몰아세우는 부동산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으며 단순히 강남 아파트값 오르는 것을 배 아파하는 강북 수도권 지방의 대중들의 단순한 생각을 너무 이용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내 나름대로 솔직담백하게 충고했는데 그 친구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고 부동산업계에 있다고 너무 자기이익만 쫓지 말라는 반격까지 되돌아 왔다. 고교시절 친했던 친구도 나의 솔직한 충고를 왜곡하여 받아들이는데 궂이 정치권에게 내 얘기를 수용하라고 바라지는 않지만 솔직할 때는 솔직해야 한다.

강남 아파트 오르는 것 배 아파하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집값 수준으로 내려왔으면 바라고 공공연히 강남 때려잡아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편타당하게 통용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 철학으로 볼 때 있는 사람들 가진 것이라면 무조건 뺏어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하향평준화를 도모하자는 사회주의 논리에 가깝다. 평준화된 고교교육정책에서 우수한 인제들을 특목고 또는 외국으로 내몰듯이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떳떳하게 부를 일으킨 사람에게 부를 소비할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고 부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죄악시하는 잘못된 편견이 대중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도 동면상태인 경기는 언제 풀릴지를 모른다. 잘사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면 공산품도 더 팔리고 꽁꽁 얼어붙은 서비스산업 경기도 풀리리라 본다. 잘만하면 경제성장률을 년5% 이상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는데 무지한 정치권은 꽉 막혔다. 서민이 잘 살려면 부자들이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 부자들이 사는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정책만 앞세우면 자연스럽게 물처럼 흘러야 할 자본주의 시장 메카니즘에 뚝방을 쌓는 꼴이다. 뚝방이 터지면 지켜보던 애꿎은 구경꾼들 논뚝이 무너져 농사를 망치고 만다.

정치권은 이와 같은 이러한 잘못된 여론에 편승하여 손쉽게 지지도를 높이려고만 생각하지 정녕 모두가 잘사는 길이 무었이냐에 대한 고민이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하고 싶어도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부의 정도가 피라미드 구조로 나타나게 되어있고 전체적인 부의 증대를 나누어가져야지 모두가 똑같이 가질 수는 없다. 다만 피라미드 구조의 상하층이 영원히 고착되어 있는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상층으로 진입하기가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선진 정치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피라미드 구조의 최상부에 위치한 부유층들도 최하층과 마찬가지로 한표만 행사할 수 있으니 표를 먹고사는 정치권 입장에서 단순히 표가 많이 나오는 하층에게 잘보일려고 손쉬운 카드를 꺼내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만 부의 축적과정의 정당성 여부를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부정하고 죄악시하면 안 된다.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만큼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정치권에서 틀어막아 보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시장원리라는 큰 물줄기는 막지 못한다. 앞으로 아무리 강력한 투기대책이 나온다 해도 강남 판교 분당 수지 동수원 축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대중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투기대책이 나와서 수도권 집값을 통계적으로 1년전 수준에서 잡는다 해도 이들 지역은 1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많다. 통계에서 0%로 맞추려면 강북이나 수도권 기존도시 등 외곽지역 집값이 10%이상 떨어져서 -균형을 마출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열열히 환영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겠다. 강남 잡으려고 투기대책을 마련하니깐 강북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원리를 간과하면 안된다. 차라리 강남 아파트도 매매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당히 양도소득세를 물리면(예를 들어 2-30%) 자연스럽게 물 흘러 가듯 시장은 돌아가고 세수는 지금의 몇배를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세수 원천이 부족하다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가 참 답답하다.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있는 사람들이 이들 지역의 아파트를 서둘러서 처분하기 때문이다. 어짜피 현 부동산 정책에 순응하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여 미래가치가 상승될 만한 지역에 한체의 중대형 아파트만 가지고 그외 지역 소형 아파트는 버리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사는 지역의 아파트 값만 떨어뜨려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있는 사람들이 투기해서 아파트 값이 올라 내집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만 하지 말고 몇 십 년 알뜰하게 모아서 장만한 내집 가격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집주인이 책임져야 하지만 내집 가격이 떨어지게 되도록 정책을 펼친 사람들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경매로 집이 팔려서 나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명예퇴직을하고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몇 년 만에 집을 날리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대다수가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사업체도 날리고 아파트도 날리고 한푼도 건지지 못해서 극빈층으로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똑같은 사정의 사람이 강남권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업에 실패해서 1-2억원의 부채가 발생해도 아파트를 일반매매로 매도하든 경매로 매도하든 부채를 상환하고도 2-4억원을 건지고 사업에 실패하기 전보다는 여건이 어렵지마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러한 양극화의 책임이 현 부동산 정책이라는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디지털태인부동산중개(주) 이재근 대표이사

(주) 디지털태인 경기남부지사인 디지털태인부동산중개(주)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상선 조양상선 JLT Group(영국 로이드 금융 중개업체)에 근무했으며 디지털태인 경기북부지사 경매팀장, 디지털태인 경기남부지사장을 역임했으며 각급기관 경매컨설턴트과정강사로 활동 중이며 수도권 전역의 토지 아파트 상가 공장 등 매수 컨설팅업무에 종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