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나들목 주변 땅 특별 분양’ ‘양지면 주택용지 최저가 분양’

요즘 주요 일간지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자주 눈에 띄는 땅 분양 광고 문구다. 광고는 한결같이 ‘뛰어난 교통여건’ 등을 강조하지만 정작 중요한 ‘토지의 위치’ 등은 빠져 있다. 광고를 게재한 업체의 이름을 보면 ‘○○토지개발’ ‘××택지개발’ ‘△△도시개발’ 등으로 한 눈에 봐도 기획부동산업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 ‘투자1번지’로 꼽히는 경기도 용인이 요즘 기획부동산업체의 땅 쪼개 팔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허위•과장 개발계획 등을 내세우며 땅을 팔고 있어 피해가 잇따른다. 또 무분별한 땅 쪼개 팔기로 난개발을 우려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처인구에서만 10여곳에 달해

최근 용인에서 기획부동산업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땅은 처인구 양지면•모현면•이동면 등 동남부지역.

처인구청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 땅을 쪼개 파는 업체는 확인된 것만 1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내세우면서 투자하면 서너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어 문제다.

유방동 산158-1번지 일대 임야 4만5898㎡를 3.3㎡당 59만원에 쪼개 파는 대한택지개발은 주변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예정돼 있어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용인시 확인 결과 이는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다.

양지면 송문리 임야 3만8778㎡를 3.3㎡당 30만원에 파는 미래정보토지개발도 주변에 대규모 타운하우스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용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송문리 일대에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또 “해당 업체가 파는 땅은 보존녹지로 주거단지 등의 개발이 어렵다”고 덧 붙였다.

인근 양지면 주북리 326번지 일대, 원삼면 사암리 1095-1번지 일대, 모현면 갈담리 산54-4번지 일대, 처인구 고림동 산47-1번지 일대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고소•고발 잇따라

용인에서 기획부동산업체의 무분별한 땅 쪼개 팔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처인구 원삼면 사암4리 주민들은 한 기획부동산업체가 사암리 산81번지 일대 임야 13만5677㎡를 벌목해 쪼개 팔자 마을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용인시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기획부동산업체의 땅 사기 분양으로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의 고소도 잇따른다. 지난해 모현면 초부리 613-1 일대 임야 7만3389㎡를 한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분양받은 투자자 60여명은 업체 약속과는 달리 토지 분할이 어렵자 땅 주인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달 고림동 일대 임야 5만㎡를 분양받은 투자자 20여명도 분양업체인 J사 대표를 사기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림동 땅 투자자 K씨는 “투자 계약서 작성 후 2년 이내 200%의 수익률을 돌려주겠다는 업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업체의 과대 토지 분양 광고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용인시는 지난 6월 주요 언론사 등에 “땅 분양 광고 게재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와 함께 전국 자치단체에도 “용인시와 같은 유사 사례 발생으로 피해가 우려되니 주민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는 공문도 보냈다.

용인 도시계획과 박혁순 팀장은 “최근 기획부동산업체의 과대 땅 분양 광고가 잇따르면서 시 도시계획관련 부서에 투자자들의 확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투자 전에 업체가 내세우는 개발계획이 확실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