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님의 글입니다.]

 

입주물량은 주택시장을 전망할 때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가격이 결국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택 입주물량의 경우 전셋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전셋값은 대개 하향 안정되기 마련이지요. 입주가 막 시작된 수도권 택지지구에선 30평형대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3000만~4000만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반대로 신규입주 물량이 적다면 그 일대의 전셋값 상승을 걱정해야 하겠지요.

요즘 '집값 파동'(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집값이 너무 올라 살기 힘들다는 60대 가장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잠시 80년대 말 전세'난'을 떠올렸습니다)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지역만 놓고 볼까요.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서울의 입주물량은 2004년에 절정을 이룹니다. 입주물량이 6만500여 가구에 달합니다.

98년 외환위기 때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지 못하자 공급부족에 따라 집값이 2000년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고,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좋아지자) 건설사들이 또다시 집을 많이 지은 결과입니다.

통상 아파트를 분양한 지 2년반 후 입주를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2001~2002년에 집중적인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지역의 전셋값은 2003년 -1.68%, 2004년 -4.21%를 기록했습니다. 입주물량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전셋값도 전 년보다 각각 떨어졌습니다. 매매가 역시 2004년 전 년보다 0.19% 오르는 데 그칠 정도로 안정됐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 규제가 본격 시행됐지요. 5.23대책 9.5대책, 10.29대책, 5.4대책, 8.31대책, 3.30대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결과적으로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지 않았습니다. 입주물량이 계속 줄어들었지요. 통계를 보면 2004년 6만500여 가구였던 서울지역 입주물량이 2005년 5만1000여 가구, 올해 4만4000여 가구로 감소했습니다. 전셋값은 반대로 2005년 6.52%, 올해(1~10월) 9.47% 각각 올랐습니다.

내년엔 더욱 큰일입니다. 서울지역 입주물량이 2만9000여 가구에 불과합니다. 2004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데다, 근래 들어 최저치입니다. 내년 전셋값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서울 주택보급률이 90%에도 못미친다는 설명은 더이상 할 필요가 없겠지요)

더구나 내년엔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 등 다양한 수요억제 정책들이 본격적인 '효력'을 나타내는 해입니다. 또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주택 대기 매수자들은 상당수 전세수요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 재개발 등의 이주수요가 많이 발생할 경우 전셋값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전셋값이 뛰면 또다시 매매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11.15대책을 통해 밝힌 공급확대책의 효과를 수 년 후에나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이지요.(정부가 2003년 10.29대책 때 지금과 같은 공급확대책을 동시에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입니다)

서울지역의 입주물량 추이는 수도권(서울 제외)과 궤를 같이 합니다. 수도권 입주물량 역시 2004년 가장 많았다가 점점 줄면서 내년에 2004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 입주물량이 2008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점입니다.(수도권은 더 줄지만요) 2008년 3만5000여 가구로 늘어납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전셋값은 그동안의 기세를 꺽고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통계는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이 일차적인 책임입니다만, 서민들은 내년에도 전세불안을 경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