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주택가. 불과 몇 집 건너 한 집 꼴로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이로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런 눈빛으로 공사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지역의 한 다세대 공사현장에서는 철거를 급하게 하려다 옆 주택이 무너져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망원·합정 유도정비구역에서는 신축빌라 공사현장에서 일부 주민들이 공사를 막고 나서는 등 건축주와 지분쪼개기를 반대하는 주민간의 실력행사까지 있었다.

 

이렇게 중장기적인 시간을 고려하는 개발 유보지역에다 아직 현실화된 계획이 없는 유도정비구역에서 지분쪼개기가 여전하고 투기세력에 의해 지분 값만 치솟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유도정비구역은 서울시가 지난해1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이어 한강변 공공성 회복 선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정된 곳으로 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는 전략정비구역으로, 망원, 당산, 반포, 잠실, 자양 지역은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유도정비구역은 조만간 마스터플랜이 나올 것으로 예고된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역 중 구의·자양 유도정비구역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건축제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다세대 신축을 통한 지분쪼개기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최근 다세대 신축과 허가가 가장 빈번한 곳은 영등포구 당산·양평 유도정비구역. 이 지역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장 등이 혼재돼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현재 10건 정도의 다세대 신축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신축 허가만도 12건에 달해 한때 재개발구역과 구의·자양 유도정비지역에 집중됐던 지분쪼개기가 이곳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합정·망원 유도정비구역의 경우도 신축을 통한 지분쪼개기가 계속되고 있다. 2008년 ７월부터 새로 짓는 다세대주택 중 가구당 전용면적 60㎡ 미만인 경우는 분양권을 아예 주지 않는 쪽으로 서울시 조례를 바꿨지만 이 지역은 60㎡의 크기로 계속해서 신축 다세대 주택을 지어 투자자들에게 분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망원지구 발전위원회’라는 비대위를 결성하고 지난 16일 건축 제한을 조속히 해달라는 집회를 소집하는 등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묵묵부답이다.

 

◆개발계획 없는 유도정비구역…지분쪼개기로 사업성 악화

전문가들은 유도정비구역 내 다세대 주택을 짓는 것 자체가 현재 개발계획이 전무하다시피 한 유도정비구역의 사업성을 악화시켜 개발을 가로막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재개발 등 여러 형태가 혼재하고 있는 유도정비구역도 노후도가 맞지 않을 시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략정비구역으로 분류된 성수·압구정·이촌 등은 이미 제1종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된데 반해 유도정비구역은 이렇다 할 마스터플랜도 없는 상황에서 개발에 대한 기대만 높아져 이러한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진구의 경우 이 같은 우려로 지분소유자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져 지난해 11월부터 구의·자양 유도정비구역에 대해 개발행위허가제한을 두고 다세대 신축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일대 재개발 지분 값은 작년 말 대비 16~22% 올랐다. 양평동은 작년 말까지 3.3㎡당 3000만원선(33㎡ 내외 소형 기준)이던 재개발 지분값이 올초 3500만원대로 상승하더니 현재는 3700만원까지 치솟았다. 

 

유도정비구역은 전략정비구역과 다르게 구역의 경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영등포구-마포구 “신축 막을 수 있는 방법 없다”

 

광진구는 지난해 11월 9일 서울시의 한강 공공성 재편계획에 따른 구의·자양유도정비구역내 자양동 651일대 외 2개소(14만7000㎡)에 대해 건축허가기준 강화지역으로 지정하고 3년간 기존 세대수를 증가하는 건축허가를 내 주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망원지구의 경우 건축제한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해서 빗발치고 있지만 마포구는 서울시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마포구는 건축제한을 요구하는 주민의 민원에 “서울시에서 지난해 4월부터 ‘한강변 전략 및 유도정비구역 지구단위(정비)계획 등 수립 용역’ 을 진행 중에 있다”며 “그 중 망원유도정비구역은 중·장기적으로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고 단계적 발전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발전구상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 중에 구상안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라 필요시 개발행위허가 제한에 대한 내용도 검토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또한, 영등포구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은 서울시가 구상으로 내놓은 것일 뿐 현재까지 어떠한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구역”이라면서 “사업 내용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해당 지역만을 규제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유도정비구역에 대한 용역이 끝나 봐야 세부적인 지침을 각 자치구에 내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 발전구상안이 구체화되면 그 구상안을 토대로 토지이용계획, 용적률 및 층수계획을 포함한 법정계획을 수립하게 되며, 법정계획 수립은 관련계획 및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