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가 8.31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필자는 향후 이에 따른 부작용을 이야기 했다. 보유세가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양도세 중과로 양도소득세에 부담을 느낀 매도자는 아파트를 팔지 않아 아파트 매물은 더욱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민들이 가장 가까운 전세난이 닥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세금은 일시적인 제재수단이라는 것을 정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 강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자들을 상대로 세금폭탄을 터트리면서 전체 부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세수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고분양가로 인하여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인 청약 마저 어렵게 만들고 경기는 해외수출이외는 별로 활성화 되는 것 같지 않고...

이럴 때 정부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까?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여론이 나빠지고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언론에서는 빨리 경기를 살릴 대책을 내 놓으라고 연일 떠들어 대고, 모두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진다는 것은 기업과 장사하는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는 현금의 유동성이 고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매매는 활성화 되지 않고 서민들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하여 자금이 고갈 되고 현금을 구경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꾸준한 버팀목을 해온 수출도 적자로 돌아서게 되면 우리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서 경제를 이끌어가는 나라다. 수출이 안 되면 경기가 좋을 턱이 없다. 수출에서 이익이 생기게 되면 외화는 국내에 쌓이게 되고 부동산에 상당한 압력으로 남게된다. 꺼꾸로 수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정부는 가만히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정부는‘경기부양책’을 실시한다. 다시 말해 내수 진작책을 쓸 것이다.
그럼, 내수 진작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돈의 값을 떨어뜨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금리를 낮추거나 돈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금리란 돈에 대한 값어치를 표현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금을 하기보다는 소비를 늘리거나 주식,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그러나 이미 올라버린 금리를 다시 낮춘다는 것은 현재 상태로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두 번째 방식을 생각할 것이다.

돈의 양, 즉 통화량이 많아져도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통화량 정책을 쓸 것이다. 같은 물건을 사는 데 있어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돈이 필요해진다. 그 때문에 돈의 양이 많아지면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골동품 등 실물자산의 가치가 높아진다.

금리와 통화정책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2001년 5월 이후 한자리 수의 금리로 접어들면서 유동성 또한 매우 풍부한 상태다. 6개월 이내 단기 유동자금이 480조나 된다고 보면 이러한 자금들은 언제든지 호재를 따라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자금들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에는 풍부한 유동 자금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정점을 지나 상당부분 경기영향에 따라 변화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문을 보면 가끔 황당할 때가 있다. 어떤 지면에서는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난리이고 다른 면에서는 소비가 살아나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매월 수입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저축을 하면 당연히 소비가 줄어들고 반대로 소비가 늘면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축도 많이 하고 소비도 많이 하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수경기는 국민들의 소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를 많이 해야 기업들의 장사가 잘 돼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질 때 정부가 내놓는 카드 중 하나가 특별소비세 인하 혹은 면세다. 고급 자동차나 고금 가전제품 등에 따라붙는 특별소비세를 인하하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난다.

어차피 경기가 어려울 때 가난한 사람들은 더 쓸 돈이 없게 마련이다. 부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자꾸 나와야 하는 것이다.

주택구입에 대해서도 세제해택을 준다. 그러나 혜택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부동산이 가지 않을 경우 정부는 난감하게 된다.

양도세 비과세 대상 아파트의 경우를 보자. 지난 2001.12.31일까지 분양받은 아파트 중 입주 후 5년 내에 팔았을 경우 양도세를 비과세 시켜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물이 나오지 않자 2008년 이후부터는 일반적인 양도세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변경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부동산을 통해서 내놓은 것이 부동산 관련 세금 정책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세금정책을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부작용으로 낳고 있다.

정부가 금리와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세금을 면세해 주는 시점은 대개 경기가 바닥권이나 부동산의 경우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날 때로 본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가장 최고점에 다달아 하향하는 정책의 시점으로 볼 때, 향후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는 별도로 규제완화의 단계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책이 동원되기 시작 된다면 가격 상승은 또 한차례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라는 문제를 안고 말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관련해서 핵심은 역시 부동산이다. 과거에는 주식도 부양의 입지에서 있었지만 영향력은 미비하다. 웬만한 우량주의 지분을 외국인들이 50%이상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거처럼 주가를 살리겠다고 정책을 내 놓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사정이 다르다. IMF 환란 이후 저평가된 오피스 빌딩과 부실채권으로 쏟아져 나온 대형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적극 진출했지만, 그 범위는 대형 오피스 빌딩에 한정되어 있다. 부동산 투자 관련 법규도 복잡하다. 건축법, 세법도 있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도 있다.

따라서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국내파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왜 정부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매번 똑같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것일까? 한마디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게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는 효과가 늦지만 몸에 좋은 약보다는 후유증은 있더라도 빨리 효과가 나타나는 처방을 선호한다. 그래서 늘 경제와 부동산은 정책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부작용은 많이 발생하지만 가장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건설회사도, 포크레인 기사도, 목수도 그리고 함바집(공사현장에서 음식을 해 주는 식당) 아주머니도 돈을 번다. 건설회사 인근의 술집도 장사가 잘된다. 파급효과가 금세 나타나는 것이다.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재테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거용 부동산 위주로 살펴보자. 사실 IMF 이후 아파트 시장만큼 철저히 정부정책과 시장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을 때가 거의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서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 쓰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IMF가 일어난지 10년도 안 되어서 이미 경기는 활성화 되어 회복되고 부동산의 규제책은 있는데로 다 동원하고 더 나아가 이중, 삼중 규제로 일관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부동산의 정책은 수시로 변하는 단점이 있다.
부동산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환금성이다. 덩치가 크고 세금,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높다. 거래비용이 높으면 시장에서의 마찰이 많아져 환금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를 살릴 때는 이 거래비용을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을 택한다. 통화의 거래량이 많아지면 통화량이 증대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거래가 활성화되면 부양 효과가 커진다.

거래활성화의 방법은 세금을 줄여주고 각종 제한 규정을 풀어주는 것이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나 신규분양 아파트를 취득하면 1가구 2주택의 양도소득세 과세 요건을 완화해 주겠다는 식의 조치를 내린다. 과거나 지금이나 이런 조치는 늘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 분양 아파트는 주로 청약통장을 통한 분양형식으로 구입하게 된다. 당첨이 되면 2년 6개월~3년 후에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집을 샀지만 아직 집은 없고 그 집에 대한 권리만 갖고 있게 된다. 중간에 자금사정이 나빠지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년 가까이 버터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 분양권(일명 딱지)의 거래를 합법화해 주었다. 그러나 경기가 과열되고 부동산이 폭등하게 되자 이러한 정책은 규제로 급변하게 되었다. 10년도 못가서 돌변하고 있다. 주식 등 유가증권처럼 자유롭게 사고팔게 한 것이다.

각종 대출문제는 어떤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이나 전세금 지원대출, 그리고 아파트 담보 대출등이 총부채상환비율에 어울려 상당한 규제를 받고 있다. 투기지역이나 6억이 넘는 아파트는 또다시 이중 규제를 당하게 된다. 이제는 대출 받고 전세금을 끼고 아파트 사는 것을 정부는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금을 줄여주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풀어주는 것은 투기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투기는 잘못된 것이지만 자연스런 시장의 현상이기도 하다. 투기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야 시장이 살아나는 법이다. 그런데 거꾸로 부동산값이 올라 문제가 된다고 해보자. 지난 2001년과 2002년의 상황이 그랬다. 그러면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아파트를 사라고 세금을 줄여주고 분양권 제한도 풀어주었던 모습을 확 바꿔 사사건건 막고 나선다. 세금을 더 내라며 기준시가도 올리고 분양권 전매 제한도 부활시킨다. 그리고 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해 투기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시작한다.

부동산은 정부와의 정책 싸움이다. 한 가지 염두 해 두어야 할 것은 정부가 집을 사라고 세금 등 규제를 완화 할 때, 투기하라고 개발계획과 호재들로 넘쳐 날 때 대부분 매입시점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정부가 단속에 나설 때는 그만큼 투자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때인가?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 참 지난 뒤의 시간들이다. 더 이상의 부동산 규제 관련정책은 나오기 힘들다. 주택 허가제나 분양총량제등은 부동산의 시장원리를 죽이는 일이라 나올 수 없는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가 취하는 정책마다 의미가 있고 뜻이 있으나 그 결과는 정부가 의도한 데로 되지 않아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정부가 원한다고 오르고 내리지 않는다.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은 정책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경기의 순환과 아파트 가격 결정은 정부가 의도한 데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료원: 양은열부동산연구소 양은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