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피드뱅크 뉴스/투자정보 :: ‘버블세븐의 하락’ 그 이유는? (2008-12-29 스피드뱅크)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소위 버블세븐지역은 2006년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핫키워드였다.

주거의 질적 측면이 부각되는 요즘 강남권을 포함한 버블세븐지역의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다양한 편의시설, 중대형 아파트, 유망학군 등의 요소를 갖춰 주택 수요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게다가 2007년 이전까지 연간 아파트값이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각광 받기도 했다.

‘강남불패’, ‘버블’ 등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서 붙어진 이름이지만 최근에는 버블세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락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최고점 대비 30~40% 하락했다. 불과 2년여 동안 주택시장의 표정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이처럼 버블세븐지역의 가격 하락 원인은 무엇일까? 

가격: ‘투자수요 유입에 의한 고평가(Overshooting)’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2007년 이전까지 강남권 아파트가격은 매년 큰 폭 상승을 거듭해 투자자들에게 자본이득을 실현해줬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저금리 기조로 인해 풍부한 유동자금이 강남권으로 몰린 결과다.

지난 몇 년간의 집값 상승 열풍으로 투자자들은 버블세븐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를 갖게 되고 강남권 뿐만 아니라 지역적 호재가 있는 분당과 용인을 포함한 버블세븐 지역으로 접근하면서부터 버블세븐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즉 강남권은 재건축으로, 분당신도시와 용인은 판교신도시 후광효과를 노리고 진입한 투자자들로 하여금 개발재료가 주택시장에 빠르게 선반영됐고 그 결과 2006년 하반기 고점을 찍은 후 2007년 가격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로 이어졌으며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터지자 집값이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폭도 급매물을 기준으로 2006년 급등한 만큼 내려왔으며 일부는 2005년 수준으로 회귀한 아파트도 있었다.

통계로 따져볼 때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는 2005년, 2006년 연간 아파트값 변동률에서 상위 5위 안에 포함될 정도로 상승폭이 높았지만 2007년과 2008년에는 하위 5개 지역에 속할 정도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공급: 입주물량 쇼크 전세ㆍ매매 시장 경직

입주물량 쇼크도 버블세븐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강남권은 주택수요가 많은 곳으로 지금까지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상승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택지는 한정되어 있고 재건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의 질적요소가 부각되어 수요가 늘어나서다.
 
수요와 공급량을 따져 볼 때 만성적인 주택 공급난을 겪었던 강남권에서 2008년 입주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송파구는 2008년 한 해 동안 총 2만374가구(주상복합포함)가 입주를 했으며 이는 서울 전체 입주량(4만9678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따라서 송파구뿐만 아니라 인근 서초구와 강남구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같은 잠실발(發) 입주쇼크로 강남권 전세시장은 ‘역전세난’이 일어날 정도에 이르렀고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경매신청이 하나 둘 생기면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더해져 거래가 되지 않자 사태의 심각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투자측면에서도 통상 전세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 보증금을 기반으로 아파트를 한 채 더 구입해 투자하는 수요가 늘지만 반대로 전세가격이 하락세일 경우 신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 거래가 단절된다.

버블세븐지역 중 유난히 송파구와 대단지 입주가 있었던 강동구의 매매가격 하락폭이 크다는 것도 그 예이다. 송파구는 2005년과 2006년 두 해 모두 아파트값 상승폭이 20%를 넘는 급등을 보여왔지만 2008년(12월15일기준)에는 9.58% 하락해 강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폭이 큰 지역이다.

금리: 부동산시장도 실속소비 대세

실속소비 즉 철저히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된다는 것도 버블세븐 침체의 원인이다. 물가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고, 경기침체로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주택 매입이나 갈아타기 수요는 급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버블세븐지역은 비교적 중대형 아파트가 많고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외부지역에서 혹은 지역 내 평형 갈아타기를 하는 수요가 있어야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지만 이동 자체를 꺼려하는 현 상황에서 거래급감,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상승과 연관지어 투자수요 위축도 짚어 볼 수 있다. 12월 이후 정부는 금리하락기조를 펼치고는 있지만 2008년 한 해 동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5년 1월 평균 3.47%였지만 2008년 10월에는 6.03%로 2.56%%p 올랐다. 이는 곧 2004ㆍ2005년 변동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 이자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보유에 대한 부담감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고금리는 고가주택이 집중된 버블세븐지역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자의 대부분이 변동금리형(금융감독원 2007년말 기준, 91.7%)인 것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대출금액이 큰 고가주택 보유자의 담보대출 이자가 큰 폭 올랐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투자심리 얼어붙어 부동산 시장도 침체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도 부동산 시장의 악재다. 금융시장 침체로 펀드 등 주식으로 돈이 묶이면서 시중의 유동자금이 말라 붙은 영향도 있고 부동산 시장이 과거와 같은 투자수익을 거두기가 힘들 것이라는 심리도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원인이다. 또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금보유를 고집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부동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은 세금, 중개수수료, 유지.보수비용을 감안한다면 매매가의 10%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금융상품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 15%이상의 수익을 가져와야 하지만 최근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2008년 한 해 동안 아파트 매매가가 15% 이상 오른 곳은 서울에서는 한 곳도 없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인 도봉구가 11.66% 수준이며 버블세븐지역 7곳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내년에도 하락을 점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수요 급감의 근본적 이유인 경기침체는 고용환경이 불안정하며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사정이 호전되고 소득이 증가해야 주택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요즘 부동산 시장 침체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화량, 즉 유동성도 영향을 미친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만한 자금여력이 없어 부동산경기를 위축시킨다. 역으로 최근처럼 거래 공백 현상이 장기화되면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곧 가격 하락폭을 더욱 커지게 만들어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 버블세븐 묶어둔 부동산 정책

이명박 정부 이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버블세븐 집값의 약세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부동산 정책으로 투자환경이 좋지 않을 뿐더러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2008년 이전까지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정책이었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방식으로 집값 급등과 하락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3년 참여정부 이후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만 17여 회에 이르렀고 이 중 재건축 규제와 세금ㆍ대출 규제 등이 핵심으로 손꼽혔다. 

2005년 세제강화가 핵심인 8.31대책에서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발표된 2006년3.30대책, 대출규제가 주를 이룬 11.15대책 모두 고가 주택시장을 겨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2007년 1월에는 1.11대책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도 있어 주택시장을 꽁꽁 묶었다.

특히 현재까지도 강남3구에 남아있는 대출규제는 고가주택시장의 거래를 둔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출규제로 분석된다.

또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제도가 여전히 살아있어 재건축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재건축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면서 강남권 주택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강남권 시장에 따라 분당, 용인이 움직이는 것을 고려하면 강남권 재건축 침체가 범 버블세븐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연구원 (www.spee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