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의 일상은 어떨까? 어떤 사람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면 그의 성격을 파악 할 수 있듯 중개업소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사람도 보이고, 돈도 보이고 여러 모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송파구 신천동에 부부가 운영하면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곳을 발견하고, 일일체험을 해 보았다.

>> 09:00 출근, 청소 등 영업 준비

출근 시간에 맞춰 중개업소에 들어섰다. 제일공인 사장님들은 벌써 나와 계셨다. 보통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출근하신다고 한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선 아침이 중요하고, 고객을 맞는 곳이 항상 청결해야한다는 생각에 청소는 항상 두 부부가 함께한다고 한다. 오늘도 청소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사장님들.

>> 09:40 인터넷 매물 업데이트 및 업무 준비

인터넷 사이트에 매물을 업데이트 하고 관리하는 일은 여사장님의 몫이다. 한창 인터넷과 씨름하고 나니 삼십분은 금방 지나버렸다.

갑자기 상가 쪽 문이 열리고 점잖은 여성이 들어왔다. 귤 봉지를 주시며 생각나서 사왔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일이 있다며 바로 일어났다.

나중에 물어보니 고객이란다. 몇 년 전 거래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분인데, 지금은 친해져 별 일이 없어도 먹을 것을 사다주신다고 했다.

>> 10:30 물건 리스트 확인, 전화 걸기

오늘은 오전에 전세잔금 및 입주가 있어 바쁘다고 한다.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전화해 11시 약속을 확인했다. 이미 오고 있는 중이라고. 왠지 두 분 다 바빠 보이신다.

그래도 다른 일들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이것저것 분주하게 확인하신다. 사실 어제 저녁에 장미2차 92㎡를 사고 싶다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 물건이 아직 있는지 미처 확인 못했다고 했다. 전화해 보니 6억8천만원이면 거래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그 밖에도 오늘 오후에 전세 집을 보러 오실 고객을 위해 미리 살고 있는 세입자와 약속을 하는 전화 소리가 들렸고, 그렇게 몇 통화 더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세입자 분이 오셨다.

>> 11:00 전세 잔금 및 입주

11시가 되자 집주인도 도착했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저당권 설정 등을 다시 확인하고, 잔금을 치루기 전 한 번 더 집을 둘러보러 나갔다. 혹시 집에 하자가 있거나 고칠 부분이 있으면 집주인과 상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둘러보고 들어와 전 세입자의 관리비․전기료 등 영수증 확인까지 다 하고 나서야 잔금을 치루고 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자의 모습이 보였다.

>> 14:00 점심

드디어 점심이다. 보통은 2시쯤이면 먹지만 바쁜 날은 5시 넘어서까지도 못 먹는 날도 많다고 한다. 손님이 없는 비수기에는 멀리 나가서 먹기도 하는데 손님이 많으면 예의상 못 먹는 날도 있다고.

점심을 먹고 있는 데 전화가 왔다. 얼마 전 입주한 세입자라고 한다. 수도꼭지가 고장 났는데 집주인한테 고쳐달라고 하는데, 집주인에게 전화해 보니 그런 건 세입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 답변을 들었다.

어쩌지? 살짝 두 분 고민하시더니 새로 입주한 세입자에게 부담 지울 수 없다며 그냥 본인들이 지불하신다고 한다.

아니, 이런 일이 많으냐고 물으니 가끔 있다고 한다. 절충이 안 되는 경우 얼마 안 되는 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해결하려고 하신다고. 특히 전세라도 거래 후에는 사후관리도 잘 해야 한다는 게 제일공인의 지론이라며 “그냥 중개업자로는 안돼요, 집에 관해 모든 것을 다 관리해 주는 집사 같은 마음으로 일해야죠“ 하고 웃으셨다.

>> 15:00 또 한 분의 고객

요즘은 매매보다 전․월세 거래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때 고객 한 분이 중개업소에 들어서시며 전세집을 물었다. 최근에 전세가도 매매가가 오르자 따라서 많이 올랐다고 설명을 드리는 모습이 보인다. 1월만 해도 109㎡ 1억5천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2억원대라고. 장미1차 109㎡ 올수리된 물건이 2억2천만원에 나온 것이 있다며 소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고객분은 집을 보고 오시더니 남편과 상의해 보시겠다고 하며 가셨다.

그새 고객 한분이 또 오신다. 그런데 아는 사람인가 보다. 노부인은 참외를 사오셨고 차 한잔 마시고 얘기하다 가신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들, 딸에게도 재테크는 김대표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하신다.

또 여사장님께는 옷이며, 신발이며 생각 날 때마다 사다 준다고 한다. 비싼 건 아니지만 항상 생각해 주시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한다.

>> 17:00 월세집 상담

월세집을 보러 손님이 오셨다. 장미 바로 옆에 있는 파크리오 86㎡가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1백40만원으로 나왔는데, 2008년 8월부터 입주한 파크리오도 이제 90%이상 입주가 돼 물건도 없고 가끔 나오는 것도 비싸게 나오지만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고 한다. 제일공인에 나온 물건이 있어 고객을 모시고 집을 보러 대표님이 나가셨다.

그 사이 옆 중개업소 사장님이 잠시 들르셨다. 여사장님께 어제 계약하려던 물건이 어찌 됐나 물어보신다.

가고 난 뒤 이웃 중개업소와도 친한지 물어보니, 이 상가에서도 오랫동안 하신 공인중개사분들이 많으셔서 서로 가족같이 지낸다고 한다.

>> 18:00 전화 응대 등 사무실 지키기

요즘은 장미 아파트 매물을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 저녁인데도 문의가 제법 됐다. 제2롯데월드 건립에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등 호재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표님의 설명. 그러나 이제 싼 매물은 없어 문의하던 고객들도 12월보다 훌쩍 오른 시세에 놀라는 경우도 많다고.

그러나 대표님은 장미 아파트는 아직 호재가 많고, 특히 2006년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아직 2억 정도나 저렴한 상황이며 여기에 재건축 사업도 바라볼 수가 있다는 얘기를 궁금해 하시는 고객 분들에게 꼼꼼히 브리핑해 드렸다.

>> 19:00 마무리

여사장님은 오늘 전화 왔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내일 아침 전화할 곳도 정리했다. 어떤 고객이 있었는지, 나온 물건은 뭐였는지 거래 가능한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고 정리한다고 한다.

>> 20:30 업무 종료

보통 저녁 8시 30분이면 업무를 마감한다. 오늘도 8시 30분이 되자 김대표가 술 약속이 있다며 문을 잠그고 나섰다. 오늘 만나는 사람은 사실 진짜 조카는 아닌데, 삼촌과 조카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2002년도에 전세를 구하러 왔었는데, 친하게 돼서 재정상태를 파악 하고는 대출 받고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면서 이어진 인연이라고 한다.

특히 나중엔 시골 부모님이 감사하다고 초대를 해서 그 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고, 그 집 경조사에 참여하기도 할 정도로 돈독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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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있었지만 크게 바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수기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두 부부의 경영철학도 한 몫 한 것 같았다.

제일공인의 두 부부는 빠른 것보다는 정확한 것, 성실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친한 고객도 많고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 같았다.

또 일 욕심은 그다지 없다고 했다. 거래를 해 수수료를 챙기기 보다는 내가 샀을 때 어떨까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한다고 한다.

물론 두 분 다 화도 안내시고 유한 성격에 다가가기 편한 분들이었다. 또 부부가 함께 하고, 한동네 주민이니 더욱 믿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일공인은 유난히 챙겨주는 사람도 많았다.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가득했는데, 모두 친한 고객 분들이 사주고 간 것이라고 했다.

한두 명 이라면 모르겠지만, 제일공인과 인연을 맺은 고객들은 대부분 진성고객이 된다고 하니 그냥 중개업자와 고객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