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산다고 하면 무슨 말을 들을까. 아마 이상한 투자자라는 취급을 받기 십상일 것 같다.

 

초과이익 환수ㆍ기반시설 부담금ㆍ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의 굵직한 규제들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 들어 재건축 시장에는 매수세가 뚝 끊겼다. 그동안 간간이 이뤄지던 급매물 거래까지 이달 중순을 넘어서면서 올 스톱 됐다는 게 주요 재건축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재건축은 1월 넷째 주 이후 벌써 13주째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재건축, 장기하락국면 진입(?)

일각에서는 재건축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재건축 수익성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진 때문이란 게 주된 이유다.

재건축 수익률은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와 추가분담금, 그리고 금융비용을 합한 총투자금액과 재건축 후 배정받게 될 새 아파트의 예상시세(인근 지역 아파트와의 시세비교를 통해 유추함)를 비교해 따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대입 공식 중에 두 가지 변수가 오리무중이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됨에 따라 조합원들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커질 것이란 ‘짐작’만 있을 뿐 구체적인 ‘견적’이 안 나온다. 또 전반적인 집값 약세에 따라 비교 대상이 되는 주변시세도 요즘 흔들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매수심리 위축이라는 분석도 많다. 재건축 시장은 주택시장 전반적인 시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데 ‘추가 하락’기대감에 요즘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급매물도 거래가 안 된다는 건 그만큼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라며 “당분간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특별한 호재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적어도 올 3분기까지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 시장이 이미 장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긴 힘들다”며 “각종 규제로 매수심리 위축현상이 회복되기 어려운데다 대출 규제로 매수여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재건축을 포함한 집값 하락세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오기 어려운 저가 매수 찬스라는데...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는 정부의 대책에 따른 일시적인 숨죽임 현상일 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상황은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 일선에 있는 중개업소 관계자들 중에는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강동구 상일동 아침공인 서문경이 사장은 “투자 격언 중에 ‘기다리던 시세는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며 “이미 지난해 가을 이전 시세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이상 값이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매수심리 급랭에 따라 급매물 호가가 뚝 떨어진 지금이 매수 기회란 분석이다. 실제 강남구 개포 주공 단지 등에선 이미 나온 급매물이 소화가 안 돼 매물이 많은 것처럼 비추어 질 뿐이지 급매물 물량 자체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현장 경험상 지금이 매수 기회란 분석을 내놓는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많다. 강남구 대치동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집값 급등 기사가 요란하게 보도되면 ‘상투’이고 반대의 기사가 나오면 ‘저점’이라는 경험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통트기 전이 가장 어둡게 마련인데 재건축 시장은 지금 동트기 직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재건축과 관련한 모든 악재가 다 쏟아져 나온 상황”이라며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재건축과 관련해 악재보다는 호재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지금부터 매수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건축을 푸는 수밖에 없다”며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완화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크고 만약 규제 완화 신호가 나오면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결정은 투자자 본인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