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댓글
오는 10월 초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2층에 입주할 예정인 김응수씨(41)는 이 아파트 분양 당시 저층에 당첨돼 걱정을 많이 했다. 김씨는 현재 8층에 거주하고 있고 한번도 저층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망 여건이 떨어지고 소음도 크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입주자 사전 점검을 다녀 온 후 이 같은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눈앞에는 웬만한 공원 부럽지 않은 단지 내 정원이 펼쳐져 있고 소음도 오히려 적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층은 좀 붕 떠 있는 느낌이라면 저층은 아늑해서 마음에 든다”며 “조경이 양호하고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는 데다 아이들이 ‘더 자주 밖으로 놀러나갈 수 있게 됐다’면서 좋아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 아파트 입주단지마다 4층 이하 저층이 입주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설사별로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단지 내의 조경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서다. 통상 지금까지는 조망권 하면 강, 산, 공원 등 단지 밖의 야외 경관에 대한 조망을 뜻했다. 하지만 최근엔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을 지하로 옮기고 지상 공간을 웬만한 공원 수준으로 꾸미면서 아파트 ‘조경 조망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 설계부터 조경 조망권 고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경기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분양 현장에 마련된 샘플하우스 86㎡는 2층에 마련돼 있다. 창밖을 내다보면 눈앞에 수목과 공원이 개인 정원인 것처럼 펼쳐진다. 포일자이 오봉길 현장소장은 “이 단지 에는 수천만원짜리 상록수와 다양한 유실수, 꽃 등이 풍부하고 인공폭포, 개울 등 수변공간도 잘 갖췄다”면서 “내가 포일자이에 입주한다면 이런 조경 조망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3∼4층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단지는 단지 기획 및 설계단계부터 조경 조망권을많이 염두에 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주가,차트) 이임규 조경 엑스퍼트는 “최근 건설사별로 조경을 특화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저층부 거주자일 수밖에 없다”면서 “단지 내 산책로 이용자는 물론이고 저층 거주자들의 조망권을 염두에 두고 나무나 각종 조경을 꾸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1층도 필로티로 짓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장이 확실하고 유실수 등에서 나는 각종 조경의 향취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저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층을 아예 3층처럼 높여 조경 조망권을 극대화하는 단지도 있다. 저층 거주자들에게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을 최대한 즐기도록 하면서도 프라이버시 보호에 신경을 쓴 것이다.
최근 청약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끈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내 쌍용(주가,차트)예가 아파트 상품 설계를 맡은 쌍용(주가,차트)건설 임성재 부장은 “개방감을 높일 수 있도록 2층까지 필로티 처리를 해 1층이 다른 아파트 단지의 3층과 같은 높이로 설계했다”면서 “1층 거주자들이 거실에서 바라보는 쪽 공원이나 조경에 특히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되면서 가격도 저렴
저층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거나 덜 이용하는 데 따른 이점도 많다는 게 저층 거주자들의 설명이다. 1층의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료가 관리비에서 빠지면서 관리비도 저렴하다. 또 최근 지은 건물 가운데 20층 이상 고층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10층 이상인 소위 ‘로열층’에 거주하다 서울 당산동의 당산래미안 1층으로 이사 온 김모씨는 “고층이 로열층이라고 하지만 어떤 곳에선 고층이라고 해봤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지저분한 재개발 단지인 곳도 많다”면서 “1층에 거주하니 자동차 소음도 오히려 더 덜하고 집 밖에 나서기도 편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과거 저층 아파트는 주차장 매연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기피 이유가 명확했지만 최근의 입주단지는 그런 요인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면서 “같은 아파트라도 저층은 고층에 비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싸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