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과잉 괜찮을까?-

사람이나 부동산이나 바람이 나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위신에도 먹칠을 하게 되지만 재산을 말아 먹기 때문이지요. 미국 어느 운동선수가 바람기 때문에 요즘 늘 화제로 떠오르는 걸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시장도 살짝 바람이 난 것 같습니다.

연말연시 아파트 분양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바람이 났다고 봐야 할까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라고 봅니다만,

배고프다고 과식을 하게 되면 먹지 아니함만 못하게 되고, 운동도 너무 과하게 하면 골병이 들어 아니함만 못하게 되던가요. 얼굴을 너무 예쁘게 고치려다 본 얼굴보다 못하게 된 사람도 마찬가지 이치일 겁니다.

모든 일은 형편에 맞춰 분수대로 살아야 하고, 다소 부족한 듯해야 마음이 편하더군요. 어찌하든 요령껏 빠져나가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그 욕심 채우기 전에 뒤탈이 나서 늘 후회하는 걸 수없이 봐왔고, 결국 욕심의 올가미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더이다. 바람기도 일종의 욕심이 아닐는지?

<<예나 지금이나 분양하고 보자?>>

2년 몇 개월 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우선 분양승인부터 받아 놓고 보자는 건축허가 신청 때문에 지자체가 몸살을 앓았었지요. 하루에 몇 십 건씩 접수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어느 공무원의 하소연도 들었습니다.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아파트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결국 20-30만 채의 미분양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걸 해소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가요. 결국 건설사에서는 올려 받고 분양했던 값 다시 다 깎아주고 모두들 재분양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 중이지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봅니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망해 없어진 회사가 어디 하나, 둘인가요? 욕심 부렸던 회사들 공중분해 됐었지요. 울고 넘는 박달재를 넘어간 회사도 있었고, 울며 헤진 부산항에 빠진 회사도 있었고, 사공의 뱃노래 부르면서 목포항에 주저앉은 회사도 있었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미분양에 대출규제까지 겹쳐 결국 공사 도중 워크아웃이라는 퇴짜를 맞고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었고 애꿎은 수분양자들은 “내 돈 내놔라” 울며불며 소리소리 질렀던 일이 어제인데, 요즘 이런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지가 무슨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이라고?

<<길들여진 미분양혜택과 아파트시장>>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마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부터 미분양 아파트는 결국 “정부에서 세제혜택을 주기 때문에 세월 따라 해소 되더라”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음인지 또 소나기 분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기존주택시장이 대출규제로 인하여 잠잠해졌음은 다 아는 사실이고요. 반사이익으로 퇴로를 열어놓은 신규분양시장에 햇볕이 들자 너도나도 분양 쪽으로 보따리를 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그러나 이건 분명한 계산착오가 아닐는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라는 말을 깊이 명심했으면 좋겠네요. 은근히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기대했었으나 이게 물 건너가게 됐고, 2010.2.11.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제도가 일몰될 것이 확실해지자 양도세 혜택이라도 받아 보자는 심사로 막바지 분양에 합류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분양을 마친 단지들도 속으로는 미분양 때문에 끙끙 앓고 있는 판에 또 분양이 줄줄이 이어지면 그게 다 소화가 될 수 있을는지요? 소화불량에 걸리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는 속셈인가요? 설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해도 가격은 높고,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는데 말입니다.

<<탈 사람은 거의 차에 탔는데>>

필자는 긍정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호주머니가 조금만 채워지면 높은 값의 신규분양은 쳐다보지 않고 값이 내린 기존주택시장으로 민심은 회귀하게 돼 있는데 그걸 모른 체 또 워크아웃 준비운동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말씀입니다.

청라. 영종. 일산. 김포. 파주. 가재울. 상봉. 공덕. 원당. 광교. 서초. 방배. 수원. 용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물이 채 빠지지도 않은 배추밭에 계속 장마가 내리게 되면 어찌 될까요? 배추뿌리가 썩든지 또 미분양이 쏟아지겠지요.

1-2년 내에 서울과 수도권에 입주할 물량이 약 30만 가구가 부족합니다. 또 전세살이를 하고 계시는 무주택자가 약 340만 가구에 이르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한차에 태우려는 일은 과욕(過慾)이 아닐는지요?

지금 사고 싶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러나 사람은 다 자신의 형편에 맞춰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1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1-2년 내에 신규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던 분들은 거의 차를 탔다고 봅니다.

<<지금 나온 미분양은 갈 곳 없다>>

12월과 1월에 쏟아지는 신규분양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고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미분양이 될 겁니다. 양도소득세 일몰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하겠지요. 턱도 없는 소리가 될 것입니다. 바람은 기존주택시장으로 불게 될 것이니까요.

파주. 김포. 일산. 송도. 청라. 남양주. 용인. 오산. 평택. 광명. 군포. 화성. 안성. 하남. 성남. 안양 등 수도권과 서울 몇 곳은 내년에 입주물량이 많습니다. 풍중빈(豊中貧)이로군요. 부족한 가운데 잠시 여유가 있다는 취지로 드린 말씀입니다. 전세금이 내릴 이유도 되겠군요.

신규분양을 받을 땐 입주 시기에 잔금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고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첫 집 마련에 “삐그닥” 소리가 나게 되고. 기존 주택자는 2주택이나 3주택자가 되거든요. 여유가 있어서 2주택이나 3주택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신규분양은 조심하시라는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기존주택에 비해 값이 너무 높은 곳은 피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값이 낮은 기존주택시장으로 돌아오게 돼 있거든요. 지금까지의 미분양은 경쟁력이 있지만, 앞으로의 미분양에 바람기가 가시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게 될 테니까요.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내 집 마련 아카데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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